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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사지 진입로 코앞에 저수지가 있어 이름을 춘궁이라라 하며, 이에는 고골낚시터라 해서 강태공 낚시꾼이 시도때도 없이 몰리는데, 이 일대를 찾는 사람들은 이 낚시터는 알아도 동사지는 모르는 실정이다.
근자 이곳을 찾았을 적에 이른바 2차 코로나19 대유행에 전국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이곳 낚시꾼은 왜 그리 많으며 좁은 길로는 아마도 이들이 몰고 왔을 차로 빼곡했고, 연신 차량이 오고가고 하는 장면을 목도하고는 새삼스럽게도 문화재란 무엇인가를 상념하며 나는 깊은 좌절을 또 한 번 경험했다.
그래! 이 시대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원하는 곳은 석탑이 아니라 낚시터였다!
그러면서 나는 생각했다. 아니, 생각을 바꿨다. 이 낚시터에 동사지가 기생하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말이다.
예컨대 저 낚시터 주차장으로 스스로를 내주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싶다. 저 넓은 절터, 사람 하나 없는 저 대지를 어디다 써먹겠는가?
차라리 쏵 밀어버리고 저수지나 넓히고선 두 탑은 물위로 머리만 쏙 내밀게 한다면 강태공도 즐겁고 고기도 몰릴 테고 일거양득 아니겠는가?
그래서 절터와 석탑은 없어져도 이 저수지만큼은 없어져서는 안 되겠다. 어케든 절대 소멸하지 아니할 낚시터 꼭 부여잡고 있으면 적어도 목숨은 부지하지 않겠는가?
***
이상은 조만간 해야하는 랜선 발표문 중 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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