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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이른바 유공토기有孔土器와 분주토기墳周土器, 그 환상을 깨뜨리며

by 한량 taeshik.kim 2020. 9. 6.

http://m.kwangju.co.kr/article.php?aid=1598972400703211310

 

마한의 분주토기와 유공토기

지난 글 에서는 마한지역에서 분묘제사가 성행하였는데 이는 효를 바탕으로 공동체 의식을 다지기 위한 것이었음을 살펴보았다. 조상의 무덤에서 제사가 이루어졌던 증거물로는 무덤 주변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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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한지역 문화권 특징으로 거론하는 저 두 가지, 곧 몸통에다가 구멍을 뚫은 유공토기有孔土器가 주로 무덤 주변을 두른 배수로 기능을 겸한 도랑 주구周溝에서 집중 출토한다.

 

그렇다면 왜 그릇 몸통에다가 구멍을 뚫었는가? 그것은 그 그릇이 명기明器, 곧 죽은이를 위한 그릇임을 표시하는 장치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인가 심오한 뜻이 있는 게 아니다. 구멍을 뚫음으로써 그 토기의 가장 중요한 실기능을 말살한다. 왜 그리하는가? 주검을 위한 그릇인 까닭일 뿐이다.

 

나주 영동리고분 토기류. 구멍을 뚫거나 주둥이는 일부러 깨뜨리곤 했다. 

 

명기는 따로 있지 않다. 그것은 언제나 실생활과 밀접하다. 다만 죽은이를 위한 그릇은 산 사람이 살아있을 적에 실제로 사용하던 그릇과 다름을 표시하는 그릇이다. 

 

명기임을 표시하는 장치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 이른바 훼기毁器라 하는 고의적인 파손을 들 수 있다. 그릇의 경우 주둥이나 받침대를 집중적으로 깨뜨린다. 그럼으로써 이것이 주검을 위한 그릇임을 표시한다. 

 

둘째, 미니어처 제작이 있다. 실생활에서 사용하던 용기와 모양 기능은 똑같지만 일부러 아주 작게 제작해서 넣는다. 조선시대 백자명기가 다 이에 속한다. 아울러 이른바 방제경倣製鏡이라 해서 한식漢式 동경을 모방해서 넣는 모방거울 역시 이에 속한다. 

 

나주 영동리고분 삼족기 몸통과 뚜껑. 왼편 몸통 바닥 받침대 3개는 깨뜨려 씹어드셨다. 

 

셋째, 유공토기처럼 실생활 용기과 똑같이 하되, 주로 몸통에다가 구멍을 뚫어버린다. 구멍을 뚫는 행위는 그 그릇의 본래 가장 중요한 기능을 말살하는 상징 조치다. 그렇게 구멍을 뚫음으로써 그것이 명기임을 표시한다. 

 

이들 세 종류는 곧 앞서에서도 말한 훼기毁器의 범주에 다 포함할 수 있는 개념들로써, 동경을 깨뜨리는 파경破鏡은 무척이나 좋은 사례가 된다. 

 

동경은 대체로 깨뜨려 넣는다. 그것이 명기임을 표시하는 이유다. 다만 방제경은 그대로 넣는데, 그 자체가 미니어처라 실생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물건이므로 그대로 넣는다. 

 

영동리고분 토기류. 삼족기는 모조리 다리를 짤라 없애버렸다. 

 

유공토기....별거 아니다. 명기다. 명기임을 알면 실로 간단하게 풀리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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