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상사 3부작' 리쩌허우 별세…80년대 中청년 정신적 스승
송고시간 2021-11-03 19:49
中-서양철학 근본 차이에 천착…톈안먼 사태때 정부와 불화후 도미
중국사상사 수립에 적지 않은 업적을 낸 이택후가 향년 91세로 미국에서 타계했다. 오늘 이 소식이 전해져 그의 생애를 정리하는 보고가 있었으니
국내에서도 중문학도들을 중심으로 적지 않게 그에게 감발한 이가 있지만, 솔까 나는 그에게서 이렇다 할 감명을 받은 바 없다.
아래는 그의 중국사상사 3부작이 완역되고서 그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한 기사다. 16년 전 글이라, 지금에 와서 그의 글을 다시 읽는다면 생각이 바뀔지 모르겠다.
다만 16년 전 그때 나는 이택후를 중화주의적 보수론자 이 한마디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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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쩌허우 '중국사상사론' 3부작 완역
연합뉴스 2005. 08. 30 16:53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후스(胡適.1891-1962)는 이미 세상을 떠나고, 펑유란(馮友蘭.1895-1990)과 젠무(錢穆.1895-1990)는 이미 거둥조차 버겁게 된 말년에 접어든 1980년대에 중국사상계에는 리쩌허우(이택후. 李澤厚)라는 연구자가 부상했다.
1930년생인 그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가 발발하자 미국으로 망명했다. 1966년부터 1976년까지 10년 동안 계속된 문화대혁명 회오리에 허난(河南)에 하방(下放.일종의 유배)돼 사상개조를 강요받은 그는 새 세상이 도래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묵직한 업적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1979년 '중국근대사상사론'을 시발로, 85년에는 그 관심 영역을 고대로 확장시켜 '중국고대사상사론'을 냈고, 2년 뒤에는 '중국현대사상사론'을 완성했다. 이른바 리쩌허우 '중국사상사론' 3부작이 탄생한 것이다.
이 3부작이 최근 중국학 관련 전공자들에 의해 모두 완역돼 도서출판 한길사가 기획하는 학술시리즈인 '한길그레이트북스'의 제70-72권으로 완간됐다. 번역은 근대사상편 임춘성 목포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고대사상사편 정병석 영남대 철학과 교수, 현대사상사편 김형종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가 각각 맡았다.
리쩌허우 저작으로는 이미 90년대 이후에 여러 종이 번역돼 선보인 바 있어 그에 대한 국내의 관심 또한 지대함을 방증하고 있다.
3부작 중 중국어 원저로는 가장 먼저 나온 근대사상사편은 아무래도 저자 리쩌허우 주된 관심사와 관련이 될 듯싶다. 그에 걸맞게 부피도 제일 크다. 1950년대에 그는 중국 근대 대표적인 계몽운동가들인 캉유웨이(康有爲.1858-1927)와 탄쓰퉁(譚嗣同.1865-1898)에 대한 연구에 주력해 1958년에는 '캉유웨이.탄쓰퉁 사상연구'라는 단행본을 내기도 한다.
본토 출신 중국사상가들에게는 고질병적 증상이 하나 있는데, 중화주의적 특성이 매우 강하다는 점이 그것이다. 리쩌허우 역시 예외가 되지 않는다.
'중국근대사상사론'에서는 캉유웨이가 필두하는 청말 변법유신(變法維新) 운동이 혁명에 반대했으므로 결국 반동화해 갔다는 기존 주장을 답습하면서도, 그동안 보수반동으로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던 왕구웨이(王國維)와 량치차오(梁啓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의 중화주의적 보수성은 사실 고대사상사론에서 확연한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서 리처허우는 비록 시대와 장소에 따라 끊임없이 변동하는 특성을 강조하기는 했으나, 중국적인 특질, 중국적인 민족성이 저 아득한 2천 년 전에 이미 확립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것을 '문화심리 구조'라고 개념화한다.
중국 사상사를 공자와 유가로만 수렴하고자 한 그의 주장은 심히 납득하기 힘들다. 그의 이런 공자 중심주의적 발상은 불교와 도교조차 결국 유가에 흡수되어 버렸다는 '궤변'으로까지 흐르고 있다.
나아가 불교와 도교에 대해서는 문외한을 방불하는 지식 체계를 드러내고 있다. 각권 560-800쪽. 권당 2만5천-3만원.
taeshi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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