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군상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역동적으로 보여주는 동아시아 문명이 배출한 최고의 저작의 하나가 당연히 사기이다.
동시기 서구문명도 비슷한 제국을 건설했지만 사기만한 대 저작은 나오지 않았다.
사기의 백미는 역시 열전이다. 기전체에서 군주가 아닌 사람들의 전기를 입전한 사마천은 천재라 할 것이다.
사실 기전체에서 본기나 표 등은 새로울 것이 없는 역사서이다. 이전에도 이런 형식의 서술이 없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열전이다. 어떻게 보면 피통치자라고 볼 수도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입전해서 감동적인 필체로 서술한 열전에서 비로소 사마천의 진면목은 드러난다 할 것이다.
열전에는 수많은 사람이 나온다. 저마다 개성도 강하다. 그런 사람들만 뽑아서 입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사기열전의 최후의 승자는 단연 장량이다.
장자방은 한고조를 제왕의 자리에 밀어 올린 공으로 보자면 소하, 한신과 함께 최고의 위치에 있지만 그의 탁월한 점은 그에 있지 않다.
"家世相韩,及韩灭,不爱万金之资,为韩报讐强秦,天下振动。今以三寸舌为帝者师,封万户,位列侯,此布衣之极,于良足矣"
인간의 욕망이 끝없이 교차하는 사기열전에서 이제 그만 되었다라는 말을 담담히 이야기하는 이는 장량 한 사람뿐이다.
많은 사람이 욕망을 끝없이 쫒아가는 것을 인생 성공의 징표로 삼는다만 사실 장자방처럼 이제 되었다고 그칠 때 그칠 수 있는 것이 훨씬 어렵다.
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지만 그쳐야 할 때 그칠수 있는 것. 그게 어렵다는 말이다.
물론 장자방은 이렇게 이야기 했지만 열전을 보면 그는 쉬는 것도 맘대로 할수 없었다. 신선이 되고자 했는데 여후는 그에게 음식을 강제로 먹여 살렸다.
죽으려 하면 살 것이라는 말이 이처럼 맞는 부분은 또 없다.
P.S.1) 많은 경우에 을지문덕이 우중문에게 준 시는 그에게 반격하기 전에 우중문을 노려 깐죽거린 시로 읽지만 그 문구 그대로 읽어본다면 물극이반, 세상이치가 끝에 이르면 반대로 가는 운동이 시작된다는 평범한 진리가 숨어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항룡은 유회한 것이다. 을지문덕은 주역의 애독자였을 것이다.
'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급없이 군인을 부려먹던 왕조 (0) | 2023.08.02 |
---|---|
경복궁 중건 당시 벌어진 일들 (0) | 2023.08.02 |
필자 근황, 고대문명 연구를 마무리하며 (0) | 2023.07.31 |
[唐詩] 최호崔顥 장간행長干行 (0) | 2023.07.31 |
빈곤의 원인 (0) | 2023.07.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