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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사라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이명박 표석, 이젠 도로 끄집어낼 때다

by taeshik.kim 2022.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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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61년 전 원훈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 복원(종합)
2022-06-24 16:04
'신영복체 논란' 원훈석 교체…1급 보직국장 전원 대기발령 '인사태풍' 예고



 

국정원, 61년 전 원훈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 복원(종합)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박수윤 기자 = 국가정보원이 1년 만에 원훈을 교체해 61년 전 초대 원훈인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www.yna.co.kr



근자 이런 일이 있었다. 옛 중앙정보부, 혹은 안전기획부(안기부) 후신인 국가정보원이 문재인 정부 말년이자 박지원 원장 재직시절인 2021년 6월, 창설 60주년을 맞아 원훈석, 간단히 말해 표석을 60주년을 맞아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바꾼 것을 창설 당시 초대 중앙정보부장 김종필이 써서 37년간 사용한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로 복원키로 했단다.

고작 1년 사용한 충성과 헌신 운운은 그 서체가 이른바 신영복체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20년간 복역한 故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 손글씨를 본떴다.

신영복은 세상이 바뀌어 부당하게 탄압받은 지식인의 표상처럼 그 평가가 뒤집어지기도 했지만, 이 양반 북한 관련 행적은 실로 묘한 대목이 없지는 않아서, 꼭 부당하게 탄압받은 것인가, 아니면 그럴 여지가 있었느냐는 적지 않은 논란이 있다.

그를 직접 청취한 그의 이런 행적들은 반드시 부당한 탄압이라는 식으로만 단정하기에는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

이 대통령 역사박물관 건립위원 초청 오찬 (서울=연합뉴스) 조보희 기자 =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낮 청와대에서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건립위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1.1.13 jobo@yna.co.kr



각설하고, 이른바 과거사청산 바람이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서 근자 지구촌에 이런 광풍이 불어 특히나 과거 제국주의시대 혹은 노예무역 시대에 그것을 찬성 혹은 옹호하는데 앞장섰다 해서 대학이나 지자체 상징으로 조성한 인물 기념물들이 하루아침에 싹뚝 잘려나가거나 훼손 혹은 철거되는 일이 빈발하거니와, 나는 이런 사태 전개가 몹시도 개탄스럽다는 말을 해둔다.

내가 개탄하는 이유는 이른바 흔한 말로 부끄러운 역사도 역사다 라는 진부가 아니다. 기념물이 애초 조성될 시대 그것을 소비하는 맥락이 대체로 칭송이라는 뜻을 담은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런 뜻에서 그것을 기억하고자 해서 세운 것은 분명하지만 그 소비양태는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라, 그것이 그렇게 등장하고 일정기간 그렇게 소비된 것도 소중한 역사 일부라고 나는 본다.

새로운 해석은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하면 될 것이요, 그런 측면 역시 부각하고 기억하면 될 것을 왜 굳이 그것들을 때려부수어야 직성이 풀린단 말인가? 관건은 찬송이 아니라 기억이다. 어떻게 기억할지는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 양태일 뿐이다. 그것을 때려부수어 가루로 만드는 일은 그것이 지닌 무수한 역사의 층위를 말살하는 일과 동의어다.

역사는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들만 추려낸 응결이 아니다. 역사는 다양한 해석의 층위가 빚어내는 교향곡이다.

객설 혹은 서설이 길었다. 내가 이참에 이야기하고 싶은 데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다. 더 구체로는 그와 이명박에 얽힌 기억의 기념물이다.

이 박물관은 5.16 직후에는 국가재건최고회의 건물로 사용됐으며, 그런 까닭에 그 재건최고회의 의장 박정희 집무실이 있었고, 이후에는 경제기획원인지 사용하다가 나중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오래도록 관사로 사용한 광화문 건물을 개조해 이명박 대통령 시절인 2012년 3월 30일 공식 닻을 올렸다.

이 박물관 역사에서 이명박은 건립의 원훈대신이다. 단순히 당시 대통령이어서가 아니라 그것을 입안하고 그것을 승인한 주체가 바로 이명박이다. 2008년 8·15경축사를 통해 이명박은 현대사박물관 건립 의지를 표방했으니, 이에 이듬해 5월 4일에는 국립대한민국관건립추진단이 발족하고 그해 10월 19일에는 그 명칭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으로 변경함으로써 마침내 공식 문을 열게 되었다.

당시 이명박은 문화계로서는 두 가지 커다란 결단을 직접했는데, 이 결단이란 그것을 두고 첨예한 논란을 빚었기 때문이며, 이 논란을 이명박이 직접, 그것도 적극으로 개입해서 최종 결정을 했다.

그 두 가지 중 하나가 바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물로 지금의 그 건물을 직접 지명한 것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대통령 전용 병원인 의무사령부 건물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자리로 점지한 것이다.

이 둘은 이명박의 결단없이는 불가능했다. 이 건에서 이명박은 의지가 단호했다. 문체부 건물은 박물관으로 쓰고 의무사령부 건물은 미술관으로 쓰라고 명령해서 오늘에 이른다.



이것이 바로 이명박 표석이다. 글씨는 이명박 그것이다.

평생 건설쟁이로 산 이명박은 악필로 유명했다. 저 글씨를 받는다고 문체부 관계자인가가 청와대 들어갔다가 곤욕을 치렀다는 후문도 있다. 워낙 악필이라 이명박 본인도 무척이나 고심했다는 후문이 있다. 그만큼 저 표석은 단순히 표석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간단히 말한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이명박 없이는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가치도 없다. 저 박물관은 이명박 그 자체다.

물론 내가 저 근저에 국민 혹은 시민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픈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그 건립과 출범에 이명박이라는 사람이 있어 가능했다는 사실은 사초史草다.

저 표석은 박물관 정면을 바라보는 사람 기준으로 할 적에 그 정문 앞마당 오른편 뜰에 있었다. 한데 이 표석이 어느 순간 말도 없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이걸 외부에서 알아차린 사람은 나였다.

어느날 이전부터 보아든 이 표석 사진을 찍는다고 현장을 둘러보는데 없었다. 이게 우째된 일이냐 수소문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있었다. 그럴 듯한 이유도 없이 없애버린 것이다. 도대체 이 돌덩이는 어디에 갔을까? 듣자니 포크레인으로 퍼서 어딘가 쳐박아 두었다 했다.

심증은 갔다. 없어진 시점이 문재인 정부 시절이고, 당시 그 박물관장에는 그 집권세력 성향으로 분류되는 사람이 와 있었다. 꼴뵈기 싫다고 없애버린 것이다.

이걸 내가 직접 다루고 싶었지만, 지금 고백하지만 직공은 피했다. 그 내막은 먼 훗날 혹 기회가 닿으면 해 보겠다. 할 수 없이 우회하는 수법을 써서, 저 건을 다룰 만한 모 언론에 내가 제보하는 방식을 썼다. 그리하여 이 사안이 보도되기에 이르렀다.

이 건이 보도되자 박물관에서 후다다닥 난리를 친 모양이다. 어디 쓰레기장인지 어딘지 방치해둔 그 표석을 도로 옮겨왔다는 말도 있고, 그래서 지금은 수장고 어딘가에 쳐박아 둔 것으로 안다.

이것이 문제가 되자, 박물관은 이런 핑계를 댔다. 2019년 3월 28일로 기억하는데 이랬다.

표석은 (2019년) 2월 22일 개막한 3·1운동 100주년 특별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장소가 협소해 수장고로 옮겼다.

물론 더 그럴 듯한 핑계도 댔다. 표석이 있던 자리는 다른 정원으로 꾸며 꽃과 나무를 심어놨다. 그걸 조성하는 과정에서 장애가 되어 그것을 수장고로 옮겨놨다는 것인데 새빨간 거짓말이다. 꼴뵈기 싫다고 치워버린 것이다.

이 표석을 이젠 제자리로 돌려야 한다. 이명박이 훌륭해서가 아니다. 그것이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역사이며, 그 철거는 그 역사의 훼멸인 까닭이다.

 

*** update ***

 

마침내 이 표석이 수장고를 박차고 나와 본래 자리로 돌아갔다. 다행한 일이긴 하나 씁쓸하기만 하다. 

나중에 정권 바뀌면 또 들어가려나? 제발 이 따위 짓거리 이젠 그만 하자. (2022. 9. 7)

 

3년 전 치운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이명박 표지석' 도로 원위치(종합)
김예나  / 2022-09-07 09:58:01

 

https://k-odyssey.com/news/newsview.php?ncode=179542975405135 

 

3년 전 치운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이명박 표지석′ 도로 원위치(종합)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019년 철거됐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표지석이 3년여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7일 "역사적 사실, 공정과 상식에 충실하려는 박물관의 방

k-odysse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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