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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사이프러스나무[1] 고흐가 매달린 지중해다움의 표상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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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프러스 나무는 학명이 Cupressus sempervirens라
한다는데 어찌 읽어야할지도 모르겠거니와, 어차피 저거야 식물학이니 뭐니 해서 난 체 해서 먹고 살고자 하는 사람들 짓이니 그래 그리 놀아라 제껴두고, 그렇다 해서 보통으로 부르는 명칭도 여럿이라,

지중해 혹은 그 복판 이탈리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해서인지 지중해 사이프러스 Mediterranean cypress  혹은 이탈리안 사이프러스 Italian cypress 라 하기도 한다 하며, 이탈리아 반도 중에서도 투스카니 지방에 흔하다 해서인지 투스칸 사이프러스 Tuscan cypress 라는 별칭도 있다 하며

그렇지만 그 원산지는 지중해 보다는 아마도 페르시아 이란이 아닌가 싶기는 한데 암튼 그래서인지 페르시안 사이프러스 Persian cypress 라고도 한다 하거니와,

이런 것들은 다 그것이 자생하거나 탄생한 지역 이름을 중시한 것이로대 펜슬 파인 pencil pine 이라는 별칭도 있다 하는데, 이는 아마도 그 이파리가 서양 붓끝을 닮은 데서 비롯하지 않을까 한다.

우리한테도 이 나무가 들어와 있는지 자신은 없지만, 이 친구 천상 측백나무 사촌이라, 다만 측백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해서, 지중해에서 흔한 저 쭈쭈빵빵과 엇비슷한 측백도 있으니, 내가 나는 남영동 사저 미군부대 담벼락을 장식한 측백은 분명 우리 것인 듯한데, 자라기는 낙엽송을 방불한다.

저 사이프러스 나무를 소재로 삼은 예술 작품으로 젤로 유명한 이가 아마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1853~1890.7)일 텐데 착란병이 회복 불능에 이르렀을 무렵인가, 무슨 인연이었는지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밀밭 풍경 Wheat Field with Cypresses을 여러 점 그려제끼는데 그 시기가 말년 1889년에 집중한다.

개중 한둘은 내가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해바라기 그림과 함께 직접 대면하지 않았나 하는데, 이 친구 그림은 내가 그 일생을 모르면 모를까 아는 마당에 자꾸만 그 통이 심대하게 오브랩해서 편하게 볼 수만은 없었다고 기억한다. 

그의 그런 그림들은 하나로 특화해서 Wheat Field with Cypresses 라는 표제어로 위키피디아에 별도 항목으로 독립했으니 그걸 소장처별로 보면 다음과 같다. 
 

July 1889 / Oil on canvas / 73 cm × 93.4 cm (29 in × 36.8 in) /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City
September 1889 / Oil on canvas / 72.1 cm × 90.9 cm (28.4 in × 35.8 in) / National Gallery, London
September 1889 / Oil on canvas / 51.5 cm × 65 cm (20.3 in × 26 in) / Owner Private Collection
Reed-pen drawing, held by the Van Gogh Museum in Amsterdam (F1538)

 
메트랑 내셔널갤러리 것이 규모가 크고 개인 소장품은 상대적으로 작다.

완성품 기준으로 이 모티브 작품은 석 점이 알려져 있나 본데, 이들은 프랑스 남부 지중해변 고을 아를 Arles에서 가까운 생 레미 Saint-Rémy 소재 생 폴더미졸 Saint-Paul-de-Mausole 정신병원 mental asylum에 그가 제발로 입원한 1889년 5월 이후 이듬해 5월까지 기간 중 첫해 1889년에 그렸다고 한다.

비극으로 살다 비극으로 마감한 일생이고, 저 무렵이 가장 힘들었을 시기라는 배경 지식 때문이지, 어째 보는 사람 마음이 더 심란하다. 

배경이 된 밀밭은 그 정신병원 창문 너머로 보이는 알삘르 Alpilles 산맥 방향이라 하는데, 내가 저 무대가 되는 데를 포함한 남부 프랑스는 현장을 본 적 없어 그에 뭐라 보탤 말은 없다.

이런 날이 있을 줄 알았더래면 남들 다 가는 남부 프랑스 여행이나 해 볼 걸 하는 아쉬움이 지금 이 순간 급습한다.

저 그림에는 내가 알아보는 두 가지 나무가 등장한다. 하늘도 삐죽히 솟아오른 푸른색이 사이프러스요, 그보다 색깔이 더 옅은 회색빛 가미한 짤딸막 숲을 이룬 나무가 올리버 나무 olive trees 다. 

내가 무에 해외를 싸돌아다녔겠는가? 아주 짧은 기간 주마간산에 지나지 아니하나, 저 지중해 권역을 다가서기 위한 키워드로 저 두 나무를 뺄 수 없더라.

지중해 전에 나는 페르시아를 잠시 다녀온 적 있는데, 식생대가 너무도 두 지역이 흡사하다는 점에서도 놀란 기억이 있다. 

내가 주제 넘게 고흐를 이야기하고 싶어 이 이야기를 꺼냈겠는가?

다만 그것으로 가는 중간기착으로 고흐를 지나치지 않을 수 없어 잠시 머물며 어줍짢은 상념에 빠져봤으니, 서론이 길어져 다음 회차로 다른 이야기를 넘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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