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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THESIS

사후 700주기 맞은 마르코 폴로

by taeshik.kim 2023.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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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타르 복장을 한 마르코 폴로. 물론 후대 상상력을 가미한 상상화다.

 
세계사에 마르코 폴로 Marco Polo 라는 이름을 아로새긴 동방견문록東方見聞錄은 내가 아주 일찍이 두어 번 통독하기는 했는데, 그때 이상야릇한 느낌을 받았다. 쥬라기공원 여행 같은 그런 느낌 말이다. 

아마 번역본 대본은 동서문화사 번역본이 아니었던가 하는데, 그때야 내가 이 여행기가 생성된 내력이라든가 판본 문제라든가 하는 데는 거의 관심이 없을 때라, 그냥 웃어넘기고 말았지만, 다만 이 일기를 그가 직접 보고 듣고 한 것들을 버무렸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안 된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후 이 책은 잊고 지냈다. 그러다가 이 동방견문록이 실제 그가 경험한 것이 아니라 가공하거나 꾸며낸 것들이거나 하는 보도 비스무리한 것을 접한 기억이 있으니, 이 기억도 실은 확실치 아니해서 아무튼 동방견문록을 바라보는 내 시각이 이른바 실증주의 역사학 관점에서는 그닥 후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대략 10년 전쯤 어간일 텐데, 그때는 내가 고려사에 혹닉할 무렵이라, 이 고려사라는 게 이른바 몽골간섭기에 접어들면 아주 묘해서, 고려사가 아니라 실은 세계사를 해야 한다.

마침 그 무렵 서울대 동양사학과 재직 중이던 김호동 교수가 라시드 앗딘 몽골 집사를 완역하기 시작하고, 그 이전으로 기억하는데 동방견문록 또한 역주본을 냈으니, 나로서는 세계사로서의 고려사를 공부할 만한 기초 문헌들은 접하게 된 기쁨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 동방견문록 역본에 대해서는 이전 아마 70년대에 나온 동서문화사판과 이후에 나온 김호동 판을 내가 간략이 인상비평한 적이 있는데, 학술적 엄밀성이라는 측면에서야 김호동 교수를 따라갈 사람 있겠는가마는, 이상하게도 주석의 방대성에서는 외려 70년대에 선보인 전자가 훨씬 나은 이상한 점을 목도하고는, 그때 내가 또 인상비평하기를 아마도 이런 현상은 전자가 일본어 역주본을 충실히 따랐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고 짐작하기도 했더랬다. 
 

이탈리아 제노아 Palazzo Doria-Tursi 비름빡에 새긴 마르코 폴로 모자이크화

 
 
아무튼 이 동방견문록은 제목 폼새 보니, 틀림없이 동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그리로 제대로 서구문물 세례를 받은 일본 쪽에서 붙인 제목이 아닐까 하는데(이 번역이 유통하는 문화사 역시 정리할 만한데, 혹 관련 연구가 있을 법하지만 내가 조사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것을 그대로 따다가 한국에서도 소개한 것이 아닐까 하는데(이 짐작이 맞을 것이다) 누가 이리 확정했는지 모르겠지만, 참 잘 지은 제목이라 본다.

살피니 이 동방견문록 초판은 순전히 내 느낌이나 이탈리아어가 아닌 라틴어로 출판되었을 않았을까 하는데, 내가 이쪽은 전연 전문성이 없어 추측으로만 일관하는 혜량을 부탁드린다.

아무튼 이태리어 제목으로는 Il Milione라 하거나와, 이는 마르코 폴로 닉네임  "Emilione"라는 데서 유래한다 하는데, 그렇담 이건 에밀리오네 일기라는 뜻인가 혹은 그 사람 이름만 지칭하는가 모르겠다. 

이 원제가 문제였던 듯, 아무래도 그것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 해서 문화권별 각기 그에 맞춤하는 제목이 등장하기 마련이라,

영어권에서는 Book of the Marvels of the World, 곧 세상의 신기한 이야기 라 하거나, 간단히 그 체험자 이름을 따서 the Travels of Marco Polo, 곧 마르코폴로 견문록이라고 한다. 
 

Il Milione, Chapter CXXIII and CXXIV

 
 
전하기로는 이 책은 마크로 폴로 직접 기술이 아니라, 그가 물경 17년에 달하는 중국 생활을 마치고 1292년 고향 베네치아로 돌아와서는 베네치아 공화국이 제노바 공화국과 일전을 겨룬 해전에 참전했다가 패배하면서 포로가 되어 감옥에서 1년간 있으면서 동료들한테 구술한 경험담을 작가 루스티켈로 다 피사 라는 사람이 채록한 것이라 한다.

실제 책 내용을 봐도 마르코 폴로는 3인칭으로 등장한다. 이 견문록에는 1271년 이래 1295년에 걸친 해외 생활 경험담을 채록했으니, 특히 쿠빌라이 칸 치하 원 제국 궁정생활이 압도하는 비중을 하지한다. 

또 이야기가 스핀오프로 새 버렸다. 이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 아니었으니, 이런 여행기를 남긴 마르코 폴로는 생애에 불확실한 점이 많아, 암튼 1254년 무렵 이탈리아 상업 도시 베네치아에서 무역상 아들로 태어나 블라블라한 다양한 이력을 거치고는 1324년 1월 8일 사망한다.

출생 연월일은 모르는데 사망 일자는 확실하다. 

예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망 시점이 1324년이라는 사실이다. 곧 내년 1월 8일이 마르코 폴로 700주기가 된다. 

그러니 이걸로 먹고 산다는 사람들이 이 대목을 놓칠 수 있겠는가?
 
 

마르코 폴로가 거쳤다는 길


이태리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국내 문화기획자 한 분을 로마에서 거푸 만나 노담을 나누다가 그가 이르기를 지금 베네치아를 중심으로 마르코 폴로 700주기를 기념하는 행사들을 대대적으로 준비한다는 말을 들었다. 

혹 마르코 폴로가 한국, 당시로는 고려라도 방문했다면, 아연 우리로서도 뭔가 일을 벌였을 법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동방견문록에 한반도 관련 기술은 간접 인용 형태로 아주 잠깐 언급되었거나, 아주 없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럼에도 이 동방견문록이 끼친 영향은 그 사실성 여부와는 별개로 많은 이에게 환상을 심어주었으니, 그것이 끼친 영향이 꼭 그가 한반도를 직접 밟았느냐 아니냐로 결판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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