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이 하나 나왔습니다.
작년에 고궁박물관에서 한 특별전 <궁중현판>에 현판 하나가 나왔더랬습니다. 다들 아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치고 저도 거의 그럴 뻔 했는데, 무심코 읽어보니 으잉? 그 유명한 최민식....이 아니고 장영실蔣英實이 등장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것뿐이면 모르겠는데 장영실의 자, 생년, 본관까지 등장하는 겁니다. 조선 초기의 과학기술자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그 장영실의 인적사항에 관해서는 그동안 알려진 게 거의 없었는데 말이죠.
이거 놀랍다 싶어서 고궁박물관 관계자께 알려드렸습니다. 그리고 돌아와 글을 써보기 시작했고요. 이건 보도자료를 뿌려야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흥분을 가라앉히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성급하게 이야기할 것은 또 아니었습니다.
이 현판이 과연 믿을만 한 자료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입니다. 뭐 그런 허망한 결론이 다 있냐고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동안은 아무것도 알 수 없었으니까요. 그에 비하면 분명 진보한 결과지요.
어쨌거나 장영실의 생몰년 부분에 (물음표를 덧붙이겠지만) 제대로 된 숫자를 써 넣을 수 있게 된 셈이니, 나름 의미는 있는 자료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자료를 토대로 글도 쓸 수 있었으니 저로서도 다행이었고 말이지요.
拙稿는 여기에서 다운받아서 보실 수 있습니다. 제목이 너무 길어서 좀 불만인데, 더 줄일 수가 없었습니다.
강민경, 활자 주조를 감독한 신하 명단을 새긴 현판의 역사적 가치, 고궁문화 16호, 국립고궁박물관,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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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식을 전하는 김충배 소장 전언이 아래다. 참고로 金은 당시 이 박물관 전시홍보과장으로 현판전을 기획 전시했다.
존경하는 강민경 선생님이 고궁문화라는 학술지에 논문을 실었다고 알려왔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전시를 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보람 찬 순간은 나의 전시기획의도를 이해하고 공감해주며 즐거워하는 고객을 만날 때.
그리고 전시물을 보고 전문학자가 영감을 얻어 좋은 글이나 논문을 써냈을 때 입니다.
다들 무심히 지나친 내용에 천착해서 기억하지 못하는 역사의 한 조각을 찾을 단초를 제공해줘 고맙습니다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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