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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를 거쳐간 경상도관찰사가 무릇 기하幾何랴만,
지금 내 머릿속에는 딱 둘만이 떠오른다.
하나는 산천초목이 떨었다는 어사 박문수요, 다른 하나는 관찰사 아버지를 따라 왔던 명필 김정희다.
여기에 자취 하나 남기지 않은 그들만이 떠오르고 저 두툼한 비석의 주인공들은 비를 보고서야 아 이 사람이 왔었구나 싶은 걸 보면,
과연 역사의 평가는 어떤 비석이나 마애명보다 깊게 새겨진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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