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김시습이 증언하기를
봉덕사 터에 나뒹굴던 이 종에 소들이 뿔을 간다고 했다.
문제의 시는 다음과 같다.
박씨와 석씨 이미 사라지고 二姓旣已沒。
김씨가 바야흐로 임금 되었네 金氏方主張。
끄트머리 23대째 末葉卄三代。
묵호자가 서방에서 왔다네 墨胡來西方。
인연과 화복의 이야기로 因緣禍福說。
법흥왕을 뵙고자 하였다네 求謁法興王。
...
그 뒤 혜공왕께서 厥後惠恭王。
동천 옆에 절을 지으셨네 營寺東川傍。
절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오래되고 招提久莫量。
종은 크기가 노 장공의 것을 넘었네 鍾大逾魯莊。
어찌 조귀의 간언이 없었는지 豈無曹劌諫。
다만 천당과 연 맺었다 기뻐했네 只緣喜天堂。
절은 망해 모래와 자갈에 묻히고 寺廢沒沙礫。
이 물건은 잡초덤불에 맡겨졌네 此物委榛荒。
주나라 석고가 그랬다던가 恰似周石鼓。
애들은 두드리고 소는 뿔을 가네 兒撞牛礪角。
부윤으로 온 김담 어른 府尹金公淡。
정사는 공평하여 송사문서 없었네 政平無訟牒。
선을 쌓으려는 마음으로 이것을 꺼내 斯出餘慶心。
영묘사 옆에 두었다네 置之靈廟側。
신이 도와 이룩한 거대한 물건 巨物神所撝。
천 년이 가도 얻지 못하리 千古不可得。
어마어마하게 크고 또렷한 메아리에 雄雄巨壑響。
은은하니 이무기와 고래가 읊조리듯 隱隱吟蛟鯨。
경주는 변방의 큰 땅이라 慶州邊圉地。
군사만도 천여 명 士卒千其名。
영역은 넓으나 산으로 막혔으니 域廣山又隔。
그 쓰임새 군사 냄에 마땅하리 其用宜發兵。
종 틀에 걸어 한 고을을 내리누르니 懸簴鎭一鄕。
사람들이 공의 밝음 사모한다네 人慕公之明。
내가 와 그 명을 읽어보니 我來讀其銘。
천고의 마음씀 생각할 만하네 可想千古情。
어루만지며 한 번 크게 한숨쉬노니 撫之一太息。
잘되고 못되고는 평할 바 아니라네 工媸非所評。
- <매월당시집> 권12, 시○유금오록, "봉덕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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