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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적, 족보, 일기 이야기 (역사인구학)

선물경제는 물물교환을 폼나게 이른 것

by 신동훈 識 2026.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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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3월에 열린 동해북평오일장에서 한 노인이 상인이 펼쳐 놓은 농사기구를 살펴보고 있다. 강원일보 DB.

 
선물경제라는 말이 있다. 

이 용어가 나온 것은 필자가 보기엔 전적으로 조선시대 당시 일기 때문이다. 

임란 전후하여 나온 일기를 보면 선물 주고받는 일을 꼼꼼이 적어둔다. 

이 시대 선물이라는 것은 요즘처럼 귀한 물건주고 받는 것이 아니다. 

선물을 보면 말린 꿩, 말린 조기, 쌀 한말, 노루 뒷다리 말린것, 말린 전복, 미역 등등 

아무리 높은 이가 준 선물도 모두 이렇다. 

쉽게 말해 생필품을 선물로 주고 받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선물 종류는 매우 제한적이어서, 주고 받은 선물을 따로 추려 보면

그 종류가 몇 가지 안 된다. 

이렇게 몇 가지 안 되는 생필품을 선물로 주고받은 이유는

이렇게 생필품 중 비교적 교환이 쉬운 물건을 주고받아야 

이 물건의 가치가 얼마인지 알고 다음 번에 이에 해당하는 만큼 답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결혼식 풍습과 닮아 있다. 

예를 들어 요즘 결혼식 축의금으로 돈을 내고 그 액수를 받는 이는 따로 챙겨 두지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다음 번에 같은 행사가 상대 쪽에 있으면 그 액수만큼 돌려주려 하는 것이다. 

여기서 화폐를 빼보자. 

같은 가치의 물건을 주고 받는다고 생각하면 쌀 한 말, 말린 꿩 한 마리, 노루 뒷다리는 간단하다. 

그만큼 같은 것을 돌려주거나 그에 해당하는 다른 물건을 찾기도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곰발박닥을 갖다줘 보자. 

받는 쪽도 난감할 것이다.

곰발바닥을 얼마 정도의 가치로 쳐야 할까? 

이런 이유 때문에 조선시대 주고받는 선물은 흔한 생필품이 많다. 

이걸 알뜰하게 일기에 적어두는 이유는 딱 하나다. 

다음 번에 그에 해당하는 선물을 돌려주려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요즘 결혼식 축의금

장례식 부의금은 조선시대 선물경제의 변형인 셈이다. 

선물경제는 이렇게 부르니 폼 나지만 

사실 물물교환 경제를 우아하게 이른 것이다. 

화폐가 돌지를 않으니 생필품을 선물로 교환하며 없는 것을 서로 메꾸는 것이다. 

물론 사족들로서는 이렇게 선물을 주고 받으며 사족간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는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굳이 결혼식 장례식에 찾아가 서로 주고받을 축의금 부의금을 전달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사회적 의미도 있긴 하다는 뜻이다. 

선물경제가 작동하는 동안에는 화폐경제가 없었다고 생각하면 되고,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도 발달이 시원치 않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17-18세기까지도 선물경제가 사족 사이에서 작동한 나라다. 

19세기 말이 되어 하재일기 등을 보면 선물? 거의 주고 받지 않는다. 

돈을 주고 사서 쓰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이 시절 지방 향촌까지 화폐가 돌고 있었는지 확신할 수 없다. 

19세기 전반의 상황은 필자도 잘 모르겠다. 

이 선물경제를 언제 시장이 대체하게 되었는지 그 시점은 확실히 파악하기 쉽지 않다. 

 
*** [편집자주] *** 

 
이 물물교환은 계속 이야기했듯이 70년대 80년대까지도 내 고향에서는 근간이었다.

지금도 물물교환이 그리 많아 예컨대 깨 한 말을 가져나가 다른 생필품으로 바꿔온다. 

물물경제는 지금도 강고히 살아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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