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앞서 '선행연구성과검토는 없애야 한다'는 글에서 선행연구성과에 매달리지 말 것을 주문했다. 아예 선행연구성과는 무시하라는 말도 했다. 보지 마라! 그 따위 거 뭐하러 본단 말인가? 그 까닭은 시종일관 내 얘기를 하기 위함이었다.
이것이 선학에 대한 예의? 혹은 표절로부터의 자유를 빙자함이라는 사실은 내가 모르는 바 아니나, 이 지구상에 같은 글, 같은 문제의식을 함유한 글은 없다. 일란성쌍둥이도 다르듯이, 하물려 논문이라는 형식의 글은 더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내 얘기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씨잘데기 없는 남들 글은 읽어 어디다 써먹는다는 말인가?
금서룡(今西龍 이마니시 류)
그렇다면 이렇게 쓴 글이 우연히 그 이전 누군가가 쓴 글과 비슷한 논조, 혹은 비슷한 혹은 같은 결론을 도출했을 적에는 어찌해야 하는가? 틀림없이 표절했다 할 터인데 이런 때는 어찌 하겠느냐 하는 문제가 돌발한다. 간단하다. 나는 항용 선행연구성과는 내가 글을 쓴 다음에 해당 분야에서는 어떤 글이 있는지를 볼 것을 주문했다. 따라서 이럴 때는 다음과 같이 각주 하나 달아주면 그만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 혹은 결론은 이전에 XXX도 비슷한 논지를 제출한 바 있다. 나와 같은 결론을 내리거나 비슷한 문제의식을 지녔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을 음미한다."
현재와 같은 글쓰기로는 너희가 아무리 좋은 글을 써봐야 삼팔따라지밖에 되지 않는다. 예컨대 신라 갈문왕이라는 주제를 보자. 이에 대해서는 금서룡이 처음으로 논문형식 글쓰기 형태로 정리했으며, 그것을 이어 말송보화가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룩했다. 해방 뒤에는 이기백이 갈문왕고인지 하는 논문을 썼으니, 뭐 내 보기엔 피장파장이라, 말송보화 이래 이기백은 물론이요 그 이후 무수하게 나온 갈문왕 관련 논문은 모두가 금서룡 쓰레기 치우기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금서룡 각주 달기 하려고 글을 쓴단 말인가?
이기백 갈문왕고가 제아무리 훌륭한 논문이라 해도, 그것은 금서룡 혹은 말송보화 따까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기백 이후 갈문왕 글쓰기는 다시 이기백 삼팔따라지에 지나지 않는다.
과감해야 한다. 내가 미쳤다고 금서룡 말송보화 이기백을 쳐다본다는 말인가? 그들과는 상관없는 내 갈문왕 얘기를 해야 한다. 그에서 도출한 결론 혹은 문제의식이 비슷하면, 저리 적으면 된다.
"금서룡 혹은 말송보화 혹은 이기백도 주장한 적이 있다."
이를 통해 내가 그들과 같은 당당히 같은 반열에 올라서거나, 그들을 내 발밑에 두어야 한다. 언제까지 이제는 죽어 썩어 문드러져 뼈다귀도 남지 않은 금서룡 따라지를 해야겠는가?
논문은 읽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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