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14일,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익산 미륵사지 석탑을 보수·정비하는 과정에서 그 심주心柱 상면上面 중앙에서 사리공舍利孔을 개봉한 결과 이 석탑을 처음 조성하면서 그 내력을 써서 적은 금제金製 봉영 사리기奉迎舍利記를 포함한 사리장엄 일괄품을 발견했다.
이 봉영사리기는 글자 그대로 석가모니 진신사리탑眞身舍利塔으로 석탑을 세우면서, 석가모니 부처님 사리를 맞아들여 석탑에 봉안한 내력을 기록한 문서다.
가로 15.5㎝, 세로 10.5㎝ 크기인 납작한 방형 금판 앞뒤에다가 글자를 음각하되, 글자는 붉은 칠을 했다.
이를 판독한 결과 미륵사는 백제왕후가 재물을 희사해 가람을 창건하고는 기해년에 사리를 봉안하면서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면서 세운 사찰이라는 내용이 드러났다.
이를 통해 미륵사는 창건 목적과 발원자, 그리고 창건 주체가 명확히 드러났다. 사리기에 적힌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앞면)
竊以法王出世隨機赴感應物現身如水中月是以託生王宮示滅雙樹遺形八斛利益三千遂使光曜五色行遶七遍神通變化不可思議我百濟王后佐平沙乇積德女種善因於曠劫受勝報於今生撫育萬民棟梁三寶故能謹捨淨財造立伽藍以己亥
(뒷면)
年正月卄九日奉迎舍利願使世世供養劫劫無盡用此善根仰資 大王陛下年壽與山岳齊固寶曆共地同久上弘正法下化蒼生又願王后卽身心同水鏡照法界而恒明身若金剛等虛空而不滅七世久遠并蒙福利凡是有心俱成佛道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이 해석된다.
가만히 생각하건대, 법왕法王(석가모니)께서 세상에 나오셔서 중생의 근기根機에 따라 감응感應하시고 (중생의) 바람에 맞추어 몸을 드러내심은 물속에 달이 비치는 것과 같다. 그리하여 왕궁에서 태어나시고 사라쌍수 아래서 열반에 드시면서 8곡斛의 사리舍利를 남겨 삼천대천세계를 이롭게 하셨다. 마침내 오색으로 빛나는 사리를 7번 오른쪽으로 돌면서 경배하면 그 신통변화는 불가사의할 것이다.
우리 백제 왕후께선 좌평佐平 사탁적덕沙乇積德의 따님이라, 지극히 오랜 세월에 선인善因을 심어 금생今生에 뛰어난 과보를 받아 만백성을 어루만져 기르시고, 삼보三寶의 동량棟梁이 되셨기에 능히 깨끗한 재물을 희사하시어 가람을 세우시고, 기해년己亥年 정월 29일에 사리를 받들어 맞이하였다.
원하옵나니, 세세토록 공양하고 영원토록 다함이 없어서 이 선근善根을 자량資糧으로 삼아 대왕폐하의 수명은 산악과 같이 견고하고 치세[寶曆]는 천지와 함께 영구하여, 위로는 정법正法을 넓히고 아래로는 창생蒼生을 교화케 하소서.
또 원하옵나니, 왕후의 신심身心은 물거울[水鏡]과 같아 법계法界를 비추어 항상 밝히시며, 금강 같은 몸은 허공과 나란히 불멸不滅하시어 칠세七世의 구원久遠까지도 함께 복리福利를 입게 하시고, 모든 중생들 함께 불도를 이루게 하소서.
사리장엄 발견과 그 일부로서의 봉영 사리기 판독 내용은 그해 1월 19일,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이후 백제사는 대혼란에 접어들었으니, 미륵사발 혁명의 불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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