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문화재 공식 지정 명칭은 국보 울주 천전리 각석 (蔚州 川前里 刻石) Petroglyphs of Cheonjeon-ri, Ulju 이다.
문화재 명칭이야 실상 행정 문서상에 존재하는 것일 뿐이지만, 저걸 천전리 암각화 로 바꾸겠다고 울산시가 움직이는 모양이라, 오늘자 그네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니
국보‘울주 천전리 각석’명칭 변경 추진
학술 세미나 개최 …‘울주 천전리 암각화’로 변경
문화유산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 증진 도모
울산시는 7월 11일(화) 오후 2시 시의회 1층 시민홀에서 ‘울주 천전리각석의 명칭변경’을 주제로 학술 토론회(세미나)는 개최한다고 밝혔다.
움직임을 어찌 보아야 하는가?
저 움직임은 요컨대 각석刻石이라는 말을 좀 더 익숙한 암각화巖刻畵 라는 말로 바꾸자는 것인데, 그렇게 하면 일반인들한테 다가가는 이미지가 좀 더 친근해진다 이건데,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그동안 학계에서 울주 천전리 각석은 신라시대 글자 이외에도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다양한 바위그림이 있으므로, 포괄적이고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암각화’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특히 울산시가 추진 중인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의 세계유산 등재 명칭이 ‘반구천의 암각화’로, 두 유산의 명칭을 통일해 동일 유산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등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문가와 위원회의 권고도 있었다.
학계에서 누가 그렇게 주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수일 것으로 나는 보며, 진짜 이유는 같은 바운더리 안에 포진하는 반구대 암각화랑 한데 엎쳐서 세계유산을 등재하려는 마당에 각석과 암각화는 언뜻 보면 이질적으로 보여서 그런 오해를 이참에 불식해서 같은 암각화로 묶어서 가자는 의도로 읽힌다.
그렇다면 문제는 없는가? 그 어떤 경우에도 명실이 상부해야 한다. 괭이라 했는데 실물이 삽이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예서 하나 분명히 할 점은 암각화에 견주어 각석刻石이라는 말이 생소하거나 어렵게 느껴지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사실이다.
각석은 글자 그대로는 바위에 무엇인가를 새긴다 거나 혹은 그렇게 새긴 것을 의미한다. 이 새김이 표현하는 대상은 문자와 기타 문양을 다 포함하는 장점이 있다.
그에 견주어 암각화는 그렇게 바위면에 그린 것 중에 그림만을 한정한다는 점에서 그 지칭 대상이 지극히 협소하다.
그렇다면 천전리는 어떠한가? 저 천전리는 각서刻書와 각화刻畵 모두를 포함하며, 둘 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 할 만한 정도가 아니라 동급의 위상을 지닌다.
더구나 그 각서가 분량이라는 측면에서는 그것이 차지하는 면적이 畵에 견주어 작아서 그렇지, 중대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치 크다.
따라서 저 천전리 유적은 각석과 암각화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당연히 전자여야 한다. 후자는 전자를 배격하는 까닭이다.
세계유산을 추진하고자 하는 마당에 그런 움직임 자체에 뭐라 왈가왈부하고픈 생각은 없다. 다만, 당장 그것이 편하다 해서 암각화로 고쳐 놓으면, 실상을 호도하게 된다.
각석이라는 말이 조금 어렵게 느껴질지 몰라도 말이다.
유의할 점은 그 영문 명칭이다. 그 대응 표기는 petroglyphs인데 이는 신통방통하게도 돌덩이[petro]에 그리거나 쓴 모든 것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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