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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세계유산 전문가 한 명 없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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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문화재청 산하 책임운영기관인 국립문화재연구원 산하 7개 지방연구소 중 하나다. 그것이 커버하는 지역은 경주를 뛰어넘어 놀랍게도 대구 경상북도 전역이다.

그것이 수행해야 하는 일은 국립문화재연구원 지역 본부인 까닭에 연구원이 수행하는 일들 중에서도 대구경북지역과 연관된 모든 것이어야 한다. 

이것이 그것이 존재하는 이유이며 당위다. 

그렇다면 본원에서 하는 일이란 무엇인가? 그 조직 편제를 봐야 하는데
고고연구실·미술문화재연구실·건축문화재연구실·보존과학연구실·복원기술연구실·자연문화재연구실·안전방재연구실이 있고, 또 기타 연구기획실이 있다. 

따라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저러한 일 중에서 지역이 아니면 하기 힘든 저런 일들을 대행하거나 독자로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저렇게 다양하게 수행해야 하는 업무 중에 오직 고고학발굴만 해제끼고 있다. 그것도 지역으로 보면 경주를 벗어난 일은 없다. 아주 간혹 있기는 한데, 미미하기 짝이 없다. 

이건 다른 지방연구소 역시 하등 다를 바 없어, 굳이 예외적인 위치 매김은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 정도가 있어 이쪽에는 의외로 고고학발굴 역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나, 그것을 벗어난 업무 비중도 상당히 크다는 데 이채로운 점이 있다. 

지방연구소 중에서도 경주를 낀 그 압도적인 비중, 또 내력으로 봐도 다른 지방연구소 맡형 격인 경주연구소는 어찌하여 저 모양이 되었던가? 

이건 닭 달걀 논쟁과 비슷해서 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되어 버려 이젠 손도 대지 못할 판이다. 

예컨대 문화재청 스스로가 발굴조사원 자격 기준이라는 걸 맹글어 놓는 멍청한 일을 저지르는 바람에 그것이 발굴조사 자격기준을 유지하려면, 발굴 전문 자격증 소지자가 최소 몇 명 이상이어야 하고,

또 하는 일이라고는(할 줄 아는 일이라고는 발굴밖에 없기는 하다만) 오직 발굴밖에 없으니, 그에 동반해 그 발굴조사에서 출토하는 유물 보존처리한다 해서 그것을 곁다리처럼 붙여놓았을 뿐이다. 

경주가 어떤 데인가? 문화재 관점에서 오직 해야 할 일이라고는 발굴뿐인가? 우리가 아는 경주는 예컨대 그 신라시대 유산이라 할 만한 데는 모조리 세계유산이다. 비단 신라시대 유산만이 아니라, 양동마을 역시 세계유산이고, 옥산서원 역시 세계유산이다. 

그렇다면 지극히 상식으로 봐도, 그래 학예연구사 중심 기관이라 해도, 경주연구소는 이런 분야에도 관여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세계유산 전문가라 할 만한 전문 인력은 있어야겠지 않는가?

하지만 단 한 명도 경주연구소에는 학예직이라 해도 세계유산 전문가 한 명 없다. 모조리 고고학 발굴자격조사원이 있는 학예직과 그것을 보조하는 보존처리 전문가만 있다. 

이 문제는 앞서 얘기했듯이 비단 경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립문화재연구원 운영 전체에 얽힌 문제라, 지방연구소가 모조리 발굴에만 매달리니, 희대의 코미디가 벌어져서 고고학이나 보존처리 전문인력으로 분류되지 않으면, 학예연구사들이 갈 자리가 없다. 

물론 지방 전전을 선호하지 않는다고는 알고 있지만, 왜 모조리 7개 산하 지방연구소는 고고학 전공자 차지여야 한다는 말인가? 왜 여타 다른 직종으로 분류하는 학예직들은 아예 경주를 가지 못하며, 아예 부여는 언감생심 꿈조차 꾸지 못하는가?
 

 
 
국립문화재연구원이 근자 한창 요란스럽게 선전하는 2023 국립문화재연구원 전략체계라는 걸 봤다. 이를 보면 이 전략 목표 좋다. 누가 짰는지 모르지만, 전반으로 보아 잘 짰다. 

물론 전략이라는 것이 현실이 아니라 이렇게 나아가겠다는 방향 제시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저런 전략 이전이라고 없었던 적 없고, 변신 시도하지 않은 적 없다. 하지만 모조리 도로아미타불이라, 언제까지나 연구원과 그 산하 지방연구소는 오로지 땅만 파제끼고 보고서 쓰는 데 혈안이 되었다. 

왜 지들이 직접 발굴을 한단 말인가? 지들이 해야 할 일은 직접 발굴이 아니라 그런 발굴만 해도 그것을 기획하고 지원하며 감시하는 일을 해야지 않겠는가? 왜 지들이 직접 삽 괭이들고 현장을 나간단 말인가? 

지들이 직접 발굴해야 할 만큼 한가하거나 시급하단 말인가? 

전략? 아무리 짜면 뭐하는가? 체질을 개선해야 하며 그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전략 목표 설정과 더불어 현재의 우리가 수행하는 일들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냉혹히 분석하는 데서 출발해야지 않겠는가? 

나는 이걸 뜯어고칠 것이다. 연구원과 연구소한테서 발굴조사권과 허울 좋은 연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그날까지 계속 이 문제는 계속 제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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