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좋아 민간인이지, 잠깐 걸친 공무원 복 벗고 백수로 돌입하는 전날인 오늘까지 일주일 중 7일을 같이했다. 오늘 자정부터 공식으로 백수다.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오늘은 마지막 날이라고, 또, 지인들 백수 축하연 한다 하니 죙일 swan song인 활옷만개 특별전시장 지키며 일일이 인사하고 치닥거리 다하고는 뒤풀이까지 강행군하는 그걸 보다 못하고 중간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내일 또 접선한다. 이번엔 또 다른 내 지인 그룹이 김충배 백수 축하연 한 턱을 낸다며 나를 불러낸다. 백수는 지가 됐지 내가 됐는가?
이 마지막 일주일 하루도 빼지 않고 자리에 불려나갔다. 제발 연락하려거든 나 거치지 말고 연락들 하기 바란다. 나도 피곤해 미칠 지경이다. 왜 나를 찡군단 말인가?
그러고 보니 계약 연장 안 한다는 공식 통보가 있은 시점으로부터 도대체 하루에 한 번이라도 저 얼굴 안 본 날이 며칠인지 열 손가락 안에 들어온다.
같은 외부 공모 형식을 빌려 국립고궁박물관 전시홍보과장 자리가 전임 지연수 선생이 미국 시카고 쪽에 자리가 나서 튀어버리는 바람에 그 후임을 채우려 할 때 문화재청에서도 고민이 적지 아니했으니, 그때 대안으로 떠오른 인물이 김충배였다.
그리하여 그에게 그 자리에 사전 응모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하는 의사 타진이 있었다. 하긴 지금 생각해도 그보다 나은 대안이 없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단칼에 거절했다. 그러고 보면 괜히 멀쩡하게 잘 나가는 LH 부장 자리를 박차고 험지로 나가 고생하겠는가? 나중에 들으니 연봉도 대략 2천 만원이나 깎였다 한다.
그렇지만 어찌하다 결국 응모해서 저 자리에 앉아 3년을 원없이 일하다 떠난다.
어찌 회한이 없겠는가? 당장은 마뜩한 자리가 나지 않아 괴롭기는 하겠지만, 더 좋은 자리에서 지금껏 구축한 역량을 더 마음껏 발휘날 날이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아니한다.
아, 그 친구는 김충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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