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고고학 전공자가 아니므로 틀릴 수 있다
그걸 감안하고 듣기 바란다.
우리나라 청동기시대 대표적 지표유물 중 하나인 세형동검.
이 동검 이름은 한 번쯤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이 세형동검이라는 이름이 비파형동검과 대조하여 하나는 넓고 하나는 좁아서 붙인 이름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아는 한 그게 아니다.
세형동검은 내가 알기로 비파형동검이 알려지기 전, 일본에서 먼저 붙인 이름이다.
이유는 일본 야요이시대에도 한반도 영향을 받아 세형동검이 나오기 때문이다.
일본 야요이 시대 후기에는 이른바 평형동검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폭이 넓다.
이 평형동검과 달리 같은 야요이시대에 폭이 좁은 동검이 있다고 해서 일본에서 붙인 이름이 세형동검으로
세형동검은 비파형동검과 비교하여 나온 이름이 아니다.
한반도에서 비파형동검이 처음 나왔을 때 일본에는 야요이시대 평형동검이 있었기 때문에 이 비파형동검의 편년에 대해
처음에는 그리 거슬러 올라가지 않았던 것으로 보았던 것으로 안다.
비파형동검을 평형동검과 같은 부류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파형동검이 실제로는 세형동검보다 훨씬 오래된 동검이라는 것이 확인되면서,
한반도에서는 비파형동검과 비교하여 좁은 모양인 세형동검의 이름이 그래서 붙여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필자가 아는 한 세형동검은 비파형동검 때문에 나온 것이 아니라 일본의 평형동검 때문에 나온 이름으로 안다.
이름부터가 딱 세형동검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무슨 세형이라는 이름을 붙이겠는가?
이건 일본식 명명법이다.
그리고 세형동검의 짝을 이루는 것은 평형동검이었다.
비파형동검이 아니라.
**** Editor's Note ***
이 문제는 아래에서 편집자가 제기한 문제의식과는 결이 다르게 비칠 수 있다.
하지만 그 출발과 현재 통용하는 양태는 달리 볼 필요가 있다.
그 출발은 필자가 지적하는 대로 저와 같았겠지만, 그것이 통용하는 양상은 전연 달라서, 뿌리는 잃어버리고서는 저와 같은 착종 양상이 빚어졌다.
따라서 저 용어와 그 타당성 문제는 심각히 짚어야 하며, 현실이 그렇다는 이유로 넘길 수는 없다.
세형동검이라는 말이 다른 데서 비롯했다 해도, 문제의식은 여전하다.
어떤 것은 좁고 넓다는 데서 좁은놋단검이라 하면서, 다른 어떤 것은 비파를 닮았다 해서 비파형단검이라 부를 수는 없다.
편집자가 줄곧 지적하듯이 명실名實은 언제나 상부相符해야 하며, 그 상부하는 절대의 조건은 준거의 통일이다.
키를 재는데 어떤 사람은 미터법을 적용해서 180센티미터라 하면서 다른 사람은 피트법을 적용해 4피트50인치라 할 수는 없다.
이것이 바로 명실의 상부다.
[고고학용어] 비유가 성립하지 아니하는 비파형동검 vs. 세형동검
'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를 두루 경험해야 할 젊은 인문학도 (11) | 2024.03.28 |
---|---|
영어로 시를 써서 원어민을 감동시키기 (1) | 2024.03.26 |
필드웍 (2) | 2024.03.23 |
2019년 클리블랜드 북미고병리학회 (2) | 2024.03.23 |
2018년 북미학회 워크샵 주관 (1) | 2024.03.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