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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세계에서 회초리 잘못 들었다가 인생 볼짱 다 보는 케이스 천지다. 지도편달을 바란다고? 지도편달해봐라, 무슨 꼴 나는지. 연합DB
우리 학자들이 논문이나 책에서 매우 자주 쓰는 말로 세 가지가 있다. 첫째가 "오류가 있을 수 있으므로 동학同學들의 많은 지도편달(혹은 질정)을 바란다"는 것이요, 둘째가 "이번 논고論考에서는 다루지 못한 문제는 별도의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며, 셋째가 "좀더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학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적어도 우리 고고학계나 역사학계에서 이 말을 말 그대로 받아들였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다. 편달, 즉 채찍질을 바란다고 해놓고선 자기 학설이나 주장을 비판하는 '동학'에게는 발끈하다 못해 서로 사이가 틀어지기 일쑤이고, 약속한 '별도의 논고'는 (죽을 때까지-인용자 보완) 도통 나올 기미가 없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학문의 세계에서 회초리 잘못 들었다가 인생 볼짱 다 보는 케이스 천지다. 지도편달을 바란다고? 지도편달해봐라, 무슨 꼴 나는지. 연합DB
그런데 "좀더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는 말은 그동안 자기가 주장하던 말이 틀렸다는 유력한 증거가 나왔을 때 아주 즐겨 쓴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백제 왕성이냐 아니냐는 풍납토성을 둘러싼 논란에서 바로 이런 말이 많이 등장한다. (김태식 《풍납토성, 500년 백제를 깨우다》, 김영사, 2001, 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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