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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피의사실 공포와 알권리



아래 첨부하는 글은 보다시피 2013년에 쓴 것이라, 당시는 이석기 사태를 즈음해 피의사실 공포 논란이 첨예하게 일었다. 

피의사실 공포와 알권리는 언제나 길항작용을 빚었다. 이는 이를 표방하는 헌법정신 자체가 실은 어느 정도 이율배반을 함유한 데서 초래하는 숙명이라 할 수 있으니, 


동 제21조 ①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니와 이에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함을 보거니와, 그 언론의 자유 핵심 중 하나가 알권리임을 말할 나위가 없겠다. 


그러면서도 동 헌법 제27조 ④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하거니와, 이는 언제나 국민의 알권리와 상충할 요소를 지니게 된다. 


실제 그 운용양상을 볼 적에 이 두 권리는 항용 파열음을 빚곤 했다. 그런 두 권리가 충돌하는 양상을 근자에 또 보이거니와, 이른바 조국 사태를 둘러싼 검찰 수사 상황이 그것이다. 


조국 법무장관이 일원으로 포함된 현 집권층에서는 하필 그의 국회 청문회 정국에 즈음해 터진 검찰의 조국 일가족에 대한 수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거니와, 그에 대해 검찰은 정치적 목적이 없는 원칙에 따른 수사임을 내세운다. 


현집권층에서는 알권리를 내세운 피의사실 공포 혹은 공개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곤 한다. 그러면서 피의사실 공포를 막아야 하는 당위를 역설하는 사례로 흔히 노무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사건을 들곤 한다. 


나는 저 두 권리를 옹호하는 그들의 논리가 다 나름 근거가 있으며 나름 다 타당성을 지닌다고 본다. 다만 아래에서도 다시금 얘기했듯이 나는 이런 원칙들이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본다. 


무죄추정 원칙만 해도, 그것이 하필 현권력에 불리하게 작동하는 때에만 작동하느냐 하는 의구심이 있다. 저런 원칙은 모든 국민, 헌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모든 국민한테 통용되어야 한다. 물론 이런 일을 계기로 삼아 그런 돌파구를 마련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언제나 저런 논리를 들고 나오는 쪽이 의구심을 사는 까닭이 이런 편파성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현직기자인 나는 물론 저 둘 중에서 굳이 하나를 택하라면 알권리에 손을 들고 싶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알권리가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아도 된다는 말과 동의어가 결코 될 수는 없다. 


덧붙여 당정이 피의사실 공포를 금지하는 보도준칙 혹은 공보준칙 같은 것을 만든다 해서 그것이 과연 얼마만큼 실제 효력을 발휘할지는 알 수 없다. 피의사실 공포는 거의 대부분이 언론을 통한 보도를 말하는 것인데, 언론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도 않다. 


그 피의사실 공포란 결국 언론을 기준으로 볼 때는 취재원을 대라는 겁박에 다름 아닌데, 언론이 취재원을 댈 리도 만무하거니와, 그것을 캐낸다고 공권력을 동원하는 일은 그야말로 언론탄압에 다름 아니다. 


나아가 언론이 자신들이 수집한 정보 혹은 기사 근거로써 검찰을 지목하기나 하겠는가? 그럴 리도 없고 그럴 일도 없다. 이런 때 언론이나 기자가 내세우는 말은 딱 정해져 있다. "취재원은 보호해야 한다. 그걸 당신한테 내가 말할 권리는 없다. 검찰은 아니다. 우리의 자체 취재에 의한 것이다."


더불어 그 정보를 흘린 쪽으로 의심받을 검찰이나 경찰에서도 할 말은 뻔하다. "우린 유출한 적 없다. 지들이 다른 통로를 통해 알아본 것 같다"고 하면 그뿐이다. 


일각의 우려처럼 언뜻 인권보호를 앞세운 저 보도준칙은 그것이 실제로 현장에 통용할 때는 인권보호와는 거리가 멀 우려가 상당히 크다. 저 논리대로라면, 안희정 사건도 대법원 확정판결 이전엔 자물쇠를 채워야 한다는 뜻 아닌가 말이다. 


언론이 그렇게 마냥 놔둘 리도 없고, 놔둘 수도 없다. 언론은 언론대로 언론의 사명을 다할 뿐이다. 


또 하나 덧붙이건대 공보준칙이 뭐냐? 기왕 만들거면 좀 고급지게 말도 만들고 논리도 만들어 봐라. 어째 유신정권 팍팍 풍기는 공보준칙이냐? (이상 2019.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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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참말로 작의적으로 지 편한대로 해석하는 일을 많이 본다. 같은 사람 같은 기관이 이럴 때는 알권리라 내세우다가 불리하면 피의사실 공포를 들먹인다.

근자에 이 사례를 보면 이석기가 있다. 그를 옹호하거나 현정권에 반대 성향을 지닌 이들은 그의 혐의를 캐낸 언론을 겨냥하고, 나아가 그것을 흘렸다고 간주하는 국정원 혹은 검찰을 향해 피의 사실 공포를 들먹이곤 한다.

그 가타여부를 이 자리서 논하지 않으련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런 사람들이 항용 그토록 반감을 표출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미확인 정보나 비확정 혐의사실은 마치 사실인양 공개한다는 사실이다.

반대 또한 말할 나위가 없어, 이른바 조중동이 대표하는 보수언론이 그간 저지른 패악은 새삼 일러 무엇하리오?

내가 목불인견 것은 같은 사람 같은 기관이라면 같은 원칙을 견지해야 함에도 이때는 알권리를 내세워 피의사실을 공포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그것을 내세워 방어기재를 삼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말은 그럴듯해 이것과 저것은 사안이 다르다고 강변한다. 

그 어떤 경우에도 원칙은 같아야 한다고 본다. (2013.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