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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 이야기: 신동훈 & 김태식/1-슈겐도와 일본 미라 이야기

[슈겐도와 일본 미라 이야기] (22): 신불습합과 슈겐도

by 초야잠필 2025.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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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습합이라 하니 어마어마해 보이지만 사실 아무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도 절에는 도교 전통에서 유래하는 칠성각이나 산신각이 있다.

정통불교에서 다루지 않는 신앙의 대상이 불교에 포섭되어 숭배된다면 그것도 일종의 신불습합이라 볼 수 있겠다.

그리스도교가 전래된 유럽에서도 기독교 전래 행사에 전래 이전의 풍습이 포섭된 흔적을 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의 기원은 예수탄생보다 훨씬 그 기원이 거슬러 올라가는, 

이교도적인 그 무엇이 모습을 바꾼 것이라는 주장-. 

이것도 유럽판 신불습합이라 할 수 있겠다. 

일본사에서 백제로부터 불교가 전래된 초기,

불교를 믿을 것인가 말것인가 하는데 대한 논의에서

소가씨가 불교의 수용을 권한 데 반해 

불교를 배척한 物部씨와 中臣씨는
일본에는 고유한 수많은 신이 있는데

외국의 신을 숭배하는 것은 이들을 화나게 하는 일이다 (日本には天地に180の神がおり、蕃神を拝めば国津神たちの怒りをかう)라고 한다. 

하지만 불교가 공인되어 국가종교로 자리잡으면서 이 세련된 고도의 세계종교에 압도당한 일본의 토착신앙은 

불교에 포섭된 형태로 근근히 남아 있게 된다. 

이때 일본의 전통신들은 불교의 부처와 보살이 일본 현지에서 모습으로 바꾸어 나타난 것이라는 개념이 탄생했는데

이를 본지수적설本地垂迹説이라 한다. 

앞에서 슈겐도 신자들이 믿었던 자오곤겐 역시 

일종의 본지수적설로 부처(혹은 보살)의 옷을 입은 토착신일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사실 이러한 본지수적설은 일본에만 고유하게 나타난 것은 아니며

힌두교의 아바타도 비슷한 개념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힌두교의 아바타 역시 힌두교의 신이 현세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어 나타난다는 것으로 

심지어는 부처나 예수까지도 일종의 아바타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어
일본의 본지수적설과 많이 닮아 있다. 

아무튼 일본 고유의 신도는 불교에 압도되어 근세까지도 불교에 대해 종적인 위치를 차지하였고

불교 사원에는 일본 고유의 신과 종교의례가 뒤섞여 있었는데, 

넓게 보아 필자의 글에서 다룬 슈겐도도 바로 그러한 신불습합의 일종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신불습합의 전통이 변화의 기미를 맞게 된 것은 

에도시대 국학의 연구가 심화되면서 불교와는 다른 전통의 일본고유의 신도에 대한 이념적 체계화가 시도되면서부터였다고 하겠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일본을 여행가면 볼 수 있는 

불교사원과 신사의 완벽한 분리는 
메이지유신 이전의 일본의 모습은 아니었다 할 수 있다. 

메이지유신 이전에는 불교사원 안에 신사가 뒤섞여 있고 

신사 안에도 불교적 요소가 혼재해 있는 형태로 

훨씬 복잡한 양상의 신앙체계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신불이 뒤섞여 있는 상태로 불교사원이 존재했기 때문에 

불교와는 이질적인 기원을 가지고 있는 슈겐도가 자연스럽게 그 속에 녹아들어 

불교의 한 일파인 양 행동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앞에서 언급한 벤케이와 요시쓰네의 "간진초"를 보면, 

이들이 위장한 슈겐도 행자가 동대사 대불전의 재건을 위한 시주를 받기 위해 여행을 한다고 하고 있다. 

슈겐도 행자들이 불교사원의 재건을 위해 탁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벤케이가 읽는 빈종이 간진초를 보고 놀라는 장면. 슈겐도 행자로 변장한 벤케이는 겐페이합전의 와중에 화재로 불타버린 동대사 대불전의 재건을 위해 시주해 달라는 내용을 거짓으로 지어 읽었다.
창건 당시의 동대사 대불전. 지금과는 모습이 완전히 다르다. 겐페이합전 당시 헤이케군에 의해 방화되어 전소하였다. 이 후 전국적으로 동대사 대불전 재건을 위한 권진 운동 (시주를 촉구하는 운동)이 일어나는데 벤케이의 간진초에서 지어 읽는 장면의 내용도 동대사의 대불전 중건을 위한 시주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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