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쓰네와 벤케이 일행은
요리모토의 마수를 피해 북으로 북으로 도망가다가
가도街道의 통행객을 감시하는 세키쇼関所에서 덜컥 심문을 받게 되었다.
이 가부키 18번 요시쓰네와 벤케이의 간진초勧進帳를 보면,
배경은 겐페이 합전 직후, 가마쿠라 막부 초기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복장이나 배경을 보면 역시 에도시대 분위기가 역력하다.
우선 도망 당시 요시쓰네와 벤케이 일행은
슈겐도 수행자 행색을 차리고 있었다는 것인데
슈겐도 수행자가 이런 행색을 하고 다닌 것은 비교적 후대의 일로
오히려 에도시대 당시의 슈겐도 행자 모습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들이 도망가다 취조 당한 세키쇼라는 것도,
에도시대 도카이도 등 막부 간선도로 곳곳에 세워두고 오고가는 여행객을 감시했다는 막부의 세키쇼가 떠오른다.
다시 말해 가부키에 등장하는 간진초는 시대만 가마쿠라 초창기일뿐
그 가부키에서 꾸민 배경과 행색은 에도시대의 것이라는 뜻이다.
어쨌건 심문을 받게 된 벤케이는 무슨 용무인가 라는 질문에,
자신들은 불타버린 도다이지東大寺 재건을 위한 시주를 받고자 하는
슈겐도 행자=야마부시山伏라고 거짓 대답을 한다.
그렇다면, 시주를 청하는 권진장, 간진초를 가지고 있을 터, 그것을 읽어 보라고 명하니,
벤케이는 들고 있는 종이를 펴들고 줄줄 읽어 내려가는데,
문제는 그 간진초에는 글자 한 글자 애초부터 적혀 있지 않은 백지로
벤케이가 마치 쓰여 있는 간진초를 읽는 것처럼 했지만
사실 아무 내용도 없던 것을 즉석에서 지어서 필사적으로 떠들어 대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세키쇼 책임자는 요시쓰네와 벤케이가 요시쓰네 추격을 피해
야마부시 복장을 하고 이 세키쇼를 지나갈 것을 이미 알고 있었는데
곤란에도 동요하지 않는 벤케이의 충성심과 총명함에 감탄하여
이들을 체포하지 않고 그냥 놓아주었다는 것이다.
벤케이가 야마부시 행자 복장을 하고 거짓으로 간진초를 읽어 가는 장면은,
아마도 슈겐도, 하면 일본인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의 하나일 것이다.
이 때문에 가부키 18번 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장면이 되어
매년 가부키 무대에 이 작품이 올라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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