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를 대표하는 명물 경관 중 하나가 소나무라, 이것이 이탈리아 풍물로 알려지기로는 18세기 무렵 이른바 대여행 grand tour 시대가 아닌가 하는데 이는 내 억측일뿐 제대로 조사한 것은 아니다.
저 생김을 보면 천상 흑인 피가 섞인 박일준 혹은 인순이 머리라 영어권에선 mushroom pine 곧 버섯 모양 소나무라 하는데 그 신체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하겠다.
그 풍경을 잘 보여주는 데가 지금은 터만 남은 로마 구심 중심 콜로세움 바로 남쪽 인접 지점 치르코 마시모 라는 로마시대 원형 경기장 터 주변으로 심은 가로수 나무들이라, 이를 레스피기인가 하는 사람이 아마도 교향곡이던가로 장대하게 읊기도 했다.
그 양태를 보면서 매양 나는 널을 떠올리곤 했으니, 그 아름드리 둥치를 보면 천상 이 나무는 널짜서 시신을 안치하는데 쓰기에는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저런 소나무 송판으로 널을 짰기 때문이다.
저 양태 보면 참말로 멋드러져서 패셔니스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소나무가 저러니, 우리 같음 천연기념물로 지정했을 만하다 하겠다.
나는 매양 저 모습을 보면서, 저것이 왁싱, 곧 다음어서 만든 인공의 결과물인가 아니면 나무 본래하는 생태가 그런가가 궁금했지만, 그 의문을 풀기는 힘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이렇다 할 관련 자료를 섭렵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하는 이야기도 순전히 인상 비평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을 전제한다. 다시 말해 내 말을 믿지는 말라는 뜻이다.
어제 로마 북쪽으로 자동차로 약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산상 중세도시 치비타 디 바뇨레조 Civita di Bagnoregio 라는 데로 차를 렌트해 출동했거니와, 그 과정에서 한 군데서는 브러질리언왕싱이라 해도 손색없는 소나무 몰골을 보았는가 하면, 그러는 한편 심어 놓고서는 그 어떤 인위의 때도 타지 않았을 소나무를 보았으니
이 두 가지가 나한테는 저 소나무에서 품은 오랜 의문을 풀 만한 단서가 되지 않을까 한다.
먼저 가는 길 어느 고속도로 휴게소를 보니, 그 전면과 주변으로 소마무를 잔뜩 심어 놓았는데, 불쌍할 정도로 심하게 전지를 한 몰골이었으니, 이르건대 이는 브라질리이언 왁싱 소나무라 해야 한다.
보다시피 싹뚝싹둑 거추장스런 가지는 다 잘라버리고 우리가 로마의 소나무라 할 적에 떠올리게 되는 그런 수형樹形으로 가꾸어 가는 과정에 있음을 안다. 이로써 본다면 우리가 로마의 소나무라 표상하는 그 모습은 실상 극단하는 전지剪枝의 결과임을 안다.
그렇다고 저 나무가 꼭 저런 모습이 아닌가 하면 이게 좀 수상해서, 천성이 이쪽 소나무들은 저런 방식으로 맘대로 자라는 것이 확실한 듯하다.
바노레지오 산성 인근 어느 주택가에 자라는 소나무다. 천상 박일준 혹은 풀지 아니한 인순이 자연 머리카락 양태라, 저 정도면 실은 머시룸이라기도 보다는 우리네 관념으로는 바가지에 가깝다.
어린 시절에 손을 댔을지는 모르나, 여러 모로 살피건대 거의 인공 때를 타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저 양태를 보건대 저 나무는 일정한 높이까지는 비교적 곧게 자라다가 퍼져 버린다. 가지는 천지사방 천수관음도 울고갈 정도로 가지가 많다.
바퀴살보다 많고 우산 살대는 잽도 되지 않는다.
저것이 인공하는 형태가 아닌 자연의 결과라면, 이쪽 소나무는 천성이 저리 바가지 형태로 수형을 유지하는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다만 그럼에도 우리가 표상하는 그 깨끗하면서도 쭈쭈빵빵하면서도 멋드러진 맵시는 인공이 많이 들어간 결과임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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