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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슬렁슬렁 자발 백수 유람기] (45) 뜀박질하느라 정신없던 나폴리국립고고학박물관

by taeshik.kim 2023.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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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지도 만드신 분도 여기 계셨음



이 박물관 명성은 일찍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예나 변함없이 따로 준비하고 들이친 것은 아니어서 무작정 부대껴 보자는 심산이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나폴리는 대도시지만 도시 자체는 로마보다 더 정신이 없어 이에 비하면 로마는 선진화한 도시였다.

암튼 이 혼란한 도시 저개발 지역이라 할 만한 지점을 정좌한 박물관 건물을 마주하는데 첫눈에도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으니 메트로 나폴리는 폼페이랑 헤르클라네움을 포괄하니 그 현장이야 외곽에 있다 쳐도 쓸 만한 물건은 모조리 이 박물관에 쑤셔 박아놨다.

그러니 출토 유물만 해도 오죽 넘치겠는가 마는 그에다가 각종 기증품까지 쑤셔놨으니 그 압도하는 유물에 넋이 빠지고 만다.


피트니스 강사



오후는 카타콤베 두 군데를 돌기로 한 마당에, 또 종일 박물관을 소요하는 일도 미친 짓이라 오전만 투자한다는 계획으로 들어섰으니

마침 박물관 공지 보니 일점오유로 더 내면 특별전 하나 관람한다 하므로 언제 보겠나 싶어 그걸 예약했는데 결과로는 이게 패착이었으니

첫째 여타 상설전시품에 견주어 비교우위가 없었고 무엇보다 그에서 시간을 너무 까먹는 바람에 정작 상설전시실을 장식한 무수한 명품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훑고 말았다.


저 출산 대책위 홍보대사



나로선 난생 처음인 이곳이 모두가 특별전 아니겠는가?

삼층인가 거대한 홀에서는 우리로 치면 작은 전시회라 할 만한 이벤트가 있었으니 바로 알렉산더 대왕 기념 코너라 나로서는 횡재였던 것이

알렉산더 동방원정에서 분수령이 다리우스가 이끄는 페르시아 제국을 박살낸 일이라 이 전쟁을 논할 때 항용 도판으로 제공하는 그 회화가 다름 아닌 이곳 소장품이었고 그 친구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오른쪽 약간 띨빵 중년이 다리우스다.



이제 나도 남부럽지 않은 관련 기초자료를 구비한 듯한 뿌듯함이 있다. 뭐 따지고 봄 암것도 아니지만 이거 하나로 건진 셈 치기로 했다.

또 하나 폼페이랑 에르콜라노 출토 이른바 로만글라스가 문제였는데 이걸로 장난치는 인간들 나 무지하게 증오한다.


뭐 하고 싶은 얘기 많제?



그 출토지점 그려놓고선 동서간 문물교류가 활발했네 마네 하는 꼴 같지 않은 작태를 증오하는데, 그딴 얘기는 또 말하지만 개돼지도 삼년을 훈련하면 하는 일이요 요새는 AI 한 방으로 십초면 끝내는 게임이라 난 같거나 비슷한 유물 출토했다 해서 그걸로 두 지역 문물교류 국제교류 국제교역 운운하는 작태 학문으로 보지 않는다.

그 딴 건 이제 구글이 한다.

이제 이 작태 싫어 로만 글라스는 방 세 개인가 다 털어 전문코너로 전시해놨기에 모조리 찍어버렸다.

두 지역 출토품은 출토지가 확실하고 무엇보다 매납시점이 일괄로 서기 79년으로 고정한다는 점에서 이보다 나은 준거자료 있는가?

이곳 THE HERITAGE TRIBUNE를 통해 로만글라스는 모조리 실물을 공개하려 한다.


이 분들도 유리시라고



이 유리 촬영하느라 또 넋이 나갔으니 아홉시 문 열자마자 들어가 열두시에 나설 때까지 이 두 코너에 넉다운하고 말았으니 나머지는 그 넓은 전시장을 뛰어서 다녔다.

그러니 건성건성밖에 더 되겠는가?

폼페이랑 헤르클라네움은 별도 섹션으로 꾸미지 않았을까 싶지마는 그런 코너는 없고 모조리 주제에 따라 흩어놓았으니 그 주된 동력이 두 고고학 사이트임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다만 그뿐인가? 그게 아니라는 데 이곳을 언제 다시 찾을지 모르는 니같은 이방인한테는 고민이 있다.

맞다. 미술교과서에서 흔히 만나는 조각이 비일비재했고 발길에 채였다.

맞다. 그래서 졸라리 부러웠다.


머리 끄덩이



이런 걸로 장사해먹는 이 친구들이 볼수록 배가 아파죽겠다.

없는 집일수록 요란할 수밖에 없고 그걸로 있는 척하기 마련이라 이짝은 실감콘텐츠? 그딴 게 어딨어? 실물이 압도하는데 그딴 게 왜 필요하단 말인가?

그게 아니라도 관람객 바리바리 몰려들잖아?

가진 게 없으니 실감으로 장난치는 게 아니겠는가?

볼수록 짜증이 밀려드니 나 역시 어찌할 수 없는 단군의 자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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