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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로마에 근무하는 지인을 만나 저녁을 했다.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마침 본인도 그렇고 어부인께서도 미술을 좋아하신다지만, 그러면서도 바빠서 시스티나 예배당 한 번 못 가 보셨다기에 속성 이태리 미술 강의를 했다.
"딴 놈들 다 필요없고 다섯 놈만 뽀개면 된다. 조토,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베르니니 이 친구들만 뽀개면 된다. 이 친구들이야말로 이태리를 먹여살리는 시체들이다."
그랬더니 "이 쪽에서는 카바바조 얘기를 많이 하던데요" 하기에 손사래를 쳤다.
"카라바조 뿐이겠어? 보티첼리도 있고 몇 놈 더 있는데, 그 친구들이 로마 혹은 이태리를 먹여살리지는 않아. 곧 죽어도 내가 말한 저 다섯 분이야말로 오늘날 이태리 관광의 핵심들이시지. 이 분들이야말로 이태리를 관광 재벌로 만드신 분들이라네."
상론했다.
"피렌체 가보셨다며? 거긴 조토 시티야. 로마? 여긴 베르니니 시티잖아. 분수대라는 분수대는 지가 다 만들고 보르게제 가봐. 거긴 베르니니 조각 전문점이야.
다 빈치야 모나리자 불란서에 뺏겨 아쉽지만 밀라노에 최후의 만찬 남겼잖아? 미켈란젤로는 천지창조하고 라파엘로는 그 무수한 명작으로 끝냈잖아?
이태리를 만든 콘텐츠는 로마제국도 콜로세움도 아냐. 저들 시체지.
미술관광이야. 그게 힘이야.
이 시체들만 알면 됨세. 기타는 우수마발일세. 그런 스타 시체가 없는 우리가 원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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