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외출 삼박사일을 청산하고 지금은 다시 로마다. 파리가 하도 추워 오돌오돌 떨었으니 속히 로마 복귀를 희망한 이유가 이곳이 아지트이기도 하려니와 아무래도 기온 사정이 한층 이곳이 나은 곳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웬걸? 로마쪽 기상 사정도 만만찮아 수은주가 곤두박질했은니 춥기는 마찬가지다. 이곳 한기는 영하로 떨어지는 일이 거의 없다 하나 참으로 재수없게 춥다. 암튼 이쪽 추위는 기분 나쁘다.
그래서 들어오자마자 뜨끈뜨끈한 숭늉으로 부러 온몸을 적셨다. 그러고 보니 하도 걸어다녀 온몸이 만신창이라 이럴 땐 온천욕이닌 반신욕 생각이 간절하다.
애초 파리는 계획에 없었다. 구미가 더는 땡기는 데가 아닌 까닭이다. 하지만 어찌하다 보니 기회가 주어져 쏜살처럼 다녀왔다.
그러고 보면 많이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유럽 겨울을 제대로 맛보기는 처음인 듯하다. 푹푹 찌는 여름과는 분명 달라 어쩌면 이곳 역시 저주받은 땅이다.
파리 나흘은 오지게 추웠다. 무엇보다 바람이 더럽게 많은 도시였다. 분지라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분지랑은 거리가 멀어 그 야트막한 언덕배기를 타고서 센강을 관통하는 찬바람은 실은 을씨년 그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파리가 폭풍의 언덕 히스클리프 집인 셈이다.
이에 적응, 혹은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부림이 결국 역사 아니겠는가 싶다.
인류문화사는 결국 먹고 자고 싸는 문제랑 뗄 수가 없다.
이로써 한달 나들이 일정 중 정확히 삼분지이가 갔다. 정신없이 쏘다녔으니 몸은 천근만근이라지만 근수는 달아보지 않았지만 느낌상도 그렇고 몰골보니 오킬로는 빠진듯하다.
잘못먹어 그리됐다? 풍족하다 할 순 없으나 하루 세끼 꼬박꼬박 챙긴다.
누군가 간만에 만난 사람이 살을 찌우라 한다. 먹고서 퍼질러 자려 한다. 팅팅 불어 터질 때까지.
라면 끓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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