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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슬렁슬렁 자발 백수 유람기] (88) Time to say goodbye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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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익숙한 데만 어슬렁어슬렁 찾아 돌아다녔다. 이렇다 할 일정도 넣지 아니한 날이며 오직 이곳 지인 가족만 초대한 저녁만 한국식당 이조에서 한다는 약속만 있었을 뿐이다.

이제 이틀이 채 남지 않은 한달 여행이 막바지라 감회가 없을 수는 없어 인사한다는 심정으로 돌았다.




의관이라 갖출 게 있겠는가마는 그래도 갓 빨아말려 비누 냄새 가시지 않은 옷들로만 걸치고 나섰다. 그게 나름 예의라 생각한 알량한 까닭이다.

이번에만 수십 번을 지나친 베네치아 광장과 콜로세오 일대를 돌다보니 콜로세오가 구운 삼겹살 색깔로 변하고 포로 로마노 위로는 뉘엿뉘엿 해가 진다.




해가 지기 전 대낮에는 트라스테베레 어느 카페테리아 야외에서 에소프레소 한 잔도 때리는 청승도 부려봤다.

잘 안 타먹는 설탕도 태워 그 바닥까지 핥으니 당분이 그리 좋더라.




그 특유한 로마의 보도블록은 역광을 받아 더욱 뺀질뺀질해서 능글 맞기까지 한다.




로마 한국식당 중에서는 현지화를 선언하고는 일대 선풍을 일으킨다는 이조는 오늘 저녁도 예약이 찼다는 안내판이 붙는다.

이 식당 성공전락은 한국을 버린 데 있다는 말을 이구동성으로 한다.

현지음식과의 섣부른 짬뽕이 아닌 이른바 타겟층을 현지인으로 공략한 영업전략이 성공했다 한다.




그곳을 가는 길목에 테베르 강을 건넌다.

야간 조명이 강물과 조화한다.




우리가 우리 곁에 늘상 있어 고마움을 모르지만 야경으로는 서울을 뺄 수가 없다.

어느 곳이건 한강과 조화한 야경은 황홀하다. 특히나 63빌딩에서 내려다본 그것과 아차산 기슭 어느 카페에서 바라본 그것은 죽음을 생각케 하는 황홀이다.

그에 견준다면 테베르 로마야경은 볼품없기가 짝이 없다.

서울 야경이 입덧처럼 솟음하니 돌아갈 때다.

그렇담 삭히거나 묻어두고 가야는 건 없는가?

왜 없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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