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판문화 흐름을 일변하면, 그 홍보에서 갈수록 종래(그 기준으로 어찌 잡아야할지 모르지만)와 달리 저자 혹은 역자 역할이 눈에 띠게 늘어난 것만은 분명하다.
간단히 말해 요새는 책 홍보를 출판사도 한다 하겠지만 전반으로 보아 출판사 비중보다는 저역자 역할이 압도적으로 크다.
이제 저자나 역자는 자기가 책 내고 자기가 팔아야 하는 시대를 맞은 것이다.
이건 분명 시대변화다.
한데 근자 내 지인들 움직임을 볼 때, 또 내 경험과 견주어볼 때 하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요새는 본인이 책을 내고서도 주구장창 이런저런 방식으로 자기책을 홍보한다.
언제까지? 적어도 6개월은 가더라.
내 지인 중에 거의 동시에 첫 단행본을 출간한 정순임과 김선 두 사람이 그랬으니, 6개월 내내 나는 이들의 책 홍보글만 봤다.
죽는 줄 알았다.
그런 노도와 같은 흐름이 지나고서 근자 제주박물관 강민경 군이 첫 책을 냈는데,
이 친구 홍보 방식은 실로 요상해서 지 가는 데마다 그 책을 배경으로 이규보가 떴다! 하는 쇼를 해대고 있다.
근자 좀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도졌다.
이게 나로서는 왜 신기한가 하면, 보통 책을 내고 나면 진이 빠져서 내 자식 같은 내 책이라 해도 실은 나오고서 며칠, 혹은 넉넉잡아도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꼴도 뵈기 싫어진다.
하도 넋을 뺐기 때문이다.
보통 책을 낸 사람 고역이 2쇄다.
물론 요새는 1쇄 소비하지 못하는 책이 100종 중 99종이라, 2쇄 들어간다는 자체가 축복이다.
2쇄 이상을 내는 책 판본으로 텍스트가 가장 안정된 판본은 실은 2쇄다.
왜냐하면 제아무리 교정을 본다 해도 막상 나와 봐야 그 내막을 아는데, 100프로 완벽한 책 없다.
하다 못해 오타 하나라도 발견되기 마련이라, 그런 오류를 저자나 역자가 그나마 심혈을 기울이는 때가 2쇄다.
3쇄? 4쇄? 거들떠도 안 본다.
왜?
지긋지긋하잖아?
그래서 실은 가장 좋은 판본은 2쇄다.
물론 이렇게 되면 출판사나 저역자는 망한다.
2쇄 기다리다가 초판도 소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2쇄 교정작업이 실은 고역이다.
지긋지긋하다 해서 물려놨는데, 2쇄 교정하려 해 봐라.
아예 문장 하나를 드러낼 때는 더 고역이다.
들어내는 건 좋은데 그리되면 판형이 바뀌어 버린다. 쪽수가 밀리거나 당겨져서 혼란이 온다.
그래서 문장을 드러내는 대신, 그에 맞은 적절한 문장을 자수까지 맞추어 새로 벌충해야 한다.
이런 일이 얼마나 고역인가?
책을 내고도 한동안 계속 그 책 홍보에 저역자가 매달리는 것도 시대흐름인가 싶기는 하다.
다만, 이것도 경험치가 일정부분은 작동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나야 많이 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단행본 기준 5권인가를 냈으니, 아무래도 갈수록 열정이 식어버린다.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나왔냐 하고 만다.
책 내는 일이 직업인 홍상훈 선생 같은 경우는 아예 주변에서 갑갑해 선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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