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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서울엔 이번 겨울 들어 제법 눈다운 눈이 왔다.
대나무 이파리에도 그런대로 내려앉아 이른바 설경雪景이라 할 만한 풍광을 연출했으니 툭하면 치렁치렁 늘어지는 남도땅 장성 일대 만한 설경은 아닐지라도 그런대로 운치는 없지 않았다.
저런 설경을 소재로 읊어댄 시가가 한두 편이겠는가?
자고로 시인이라면 설죽雪竹 설송雪松 강설江雪 하나쯤은 있어야 대접을 받았으니 말이다.
그런 시편들을 볼적마다 나는 이 인간들이 북극곰보다 피하지방층이 두터운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존경해마지 않는다.
강설江雪하고 송설松雪하고 죽설竹雪하는데 그런 시상이 떠오른단 말인가?
추버죽겠는데 무슨 시상이란 말인가?
서리앉은 단풍 봄꽃보다 붉어? 서린 내린 아침 얼마나 추분 줄 아는가?
임술지칠월기망 한밤중에 배 띠아놓고 한잔 기울여?
모기밥 신세다. 모기에 뜯기는데 무슨 우주를 논하고 인간을 논한단 말인가?
일엽편주? 울렁울렁 배멀미가 온통 신경이 가고 혹여 내가 물고기밥이 될 줄 모르는 판에 무슨 시상이란 말인가?
명편은 군불 활활한 웃목에서 열어제킨 창문너머 풍광이지 결코 그 현장에선 있을 수가 없다.
붓이 얼었는데 뭘로 지껄인단 말인가?
야부리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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