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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신자료 먼저 못봐서 환장하는 연구자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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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ril 29, 2015 글이다. 그런대로 시사성이 있어, 아니, 그보다 더 이 경향으로 나아가는 듯 해서 새삼 옮긴다. 



《연구업적도 이제는 시간차 공격이 중요한 시대다》


이게 이미 이 시대로 접어들었는데, 다들 심각성을 모르더라. 촉급을 다투는 시대다. 누가 먼저 말뚝을 꽂았느냐로 승패가 판가름 나는 시대다. 종래 연구자집단에서 연구성과를 담아내는 통로는 기껏 이른바 학술지밖에 없었다. 아주 가끔 신문지상이나 잡지 힘을 빌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이 시대는 구석기시대다. 누가 먼저 침바르느냐가 관건이 되는 시대라 나는 이를 


학계의 통신사 시대


라고 부른다. 그만큼 이를 담아내는 통로가 다양해졌다. 1인 1매체 시대다. 블로그니 페이스북이니 해서 자기 생각을 담아낼 통로 매체는 얼마든 존재하며 그것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되었다. 이를 잽싸게 이용하는 연구자도 더러 보인다. 너무 약싹빠른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이젠 이게 대세다. 요즘 같은 시대에 언제까지 논문 던져놓고 심사 기다리며, 잡지 나올 때를 기다린다는 말인가? 그러다 늙어뒤진다.


종래의 매체가 사고의 완성된 형태를 보여준다면, 이 새로운 매체 환경에서는 그에 이르는 중간 단계 그 자체가 하나하나 연구업적으로 등록되는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이에 적응해야 한다. 재빨리 말을 갈아타야 한다.


하기야 내가 몸담은 역사학 분야를 보니 새로운 자료가 나오기가 무섭게 침바른다고 눈깔 붉은 놈이 떼거리로 보이더라. 무슨 새로운 자료 하나 나오면 썩은 시체 구더기 끓듯 하더라. 포항 중성리비 출현하니 썩은 들소 뜯어먹는 하이애나 같고, 미륵사 석탑 사리기 출현하니 50년된 목선 배딱지 더덕더덕 붙은 조개껍데기처럼 달라들더라. 


*** 

다음주면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화랑문화재연구원이 경산에서 발굴한 새로운 신라시대 문자자료를 공개한다. 

안봐도 비됴라, 너도나도 소위 신라사 연구를 자처하는 자들은 먼저 침 바른다고 난리를 추어댈 것이다. 


하지만 말이다. 내가 보니, 어떤 새로운 자료 출현했다 해서, 거기서 먼저 침바르고자 하는 연구 치고 제대로 된 거 못봤다. 

그 자료를 토대로 하는 새로운 연구는 언제나 먼 훗날 나오더라. 


뭐, 요새는 소위 직업적 연구자도 기자가 되지 못해 환장하는 시대라, 어디서 뭐 나왔다 하면, 나한테 왜 먼저 안보여주고 기자들한테 먼저 공개하느냐는 친구도 있더라.  


직업적 연구자가 왜 이렇게 급하게 되었는가?

저가 기자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가 언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가 선지자라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무지몽매한 자들은 나의 지도 아래 훈육받고 지시받아야 한다고 여기는 까닭이다. 


묻거니와 연구자가 하루 일찍 보고 하루 늦게 본들 그게 무에 연구에 지장을 초래한단 말인가? 

나참 웃겨서....어쩌다 직업적 연구자가 기자와 동일시하는 시대를, 그 시대를 내 눈으로 보게 되었는지 내가 오래살았나 보다. (2019. 12)


***


외국에서 논문 평가 항목에서 인용지수가 가장 중요하다고 알거니와, 요새 이에서도 시대흐름을 반영한 변화가 나나타기 시작했으니, SNS 영향력을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말해, 어떤 논문이 페이스북이니 유튜브 같은 데서 몇번 반영되었느니 하는 항목이 추가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결국 빌보드 가요차트 집계 방식의 원용이라 할 수 있으니, 종래에는 판대기 몇 개 팔았느냐로 순위를 매겼으니, 이는 이미 구석기시대 유습이라, 요새 이것만으로 하는 얼빠진 놈은 없다. 


한데 유독 대한민국 지식인사회는 죽어나사나 등재지니 등재후보지니 하는 선캄브리아시대를 살며, 더러 인용지수를 이야히하기도 하나, 이미 우리가 생각하는 그 시대를 훨씬 뛰어넘어 세상을 치닫고 있다. (2020.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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