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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궁핍한 마을 [궁촌사 窮村詞〕
성현成俔(1439~1504), 《허백당집虛白堂集》 <허백당시집虛白堂集詩集> 제2권 시詩
검은 구름 하늘 걸려 북풍은 거세고 / 玄雲承空朔風怒
딱따구리 시냇가 나무를 딱딱 쪼네 / 彩鴷啄啄溪邊樹
산 아래 띠집 달팽이 집마냥 작은데 / 山下茅廬小縮蝸
세 아들 두 늙은이랑 한 집에 사네 / 三男兩老同家住
한 아들 도끼 메고 땔나무 하러 가고 / 一男荷斧撏薪蒸
다른 아들 토끼 쫓아 산을 넘어갔네 / 一男跡兔踰丘陵
가장 어린 아들 밥 달라고 울어대고 / 最少一男啼索飯
어미는 버선 깁고 애비는 새끼 꼬네 / 姑坐補襪翁陶繩
불 넉넉히 지피니 흙 온돌 따뜻해지네 / 土榻微溫煙火足
질솥엔 뜨끈뜨끈 팥죽 설설 끓어대네 / 瓦釜瀜瀜泣豆粥
소는 음매하며 콩깍지 먹고 닭은 횃대 앉았지만 / 牛鳴齕萁鷄在榤
사람 가축 흉년이라 다 살기 어렵구나 / 人物凶年生理拙
애는 아비 옷 끌고 아비는 애 머리 만지며 / 兒牽翁衣翁撫頂
문을 나가 같이 산 가득한 백설을 보네 / 出門同看滿山雪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2008
***
번역은 내가 문구를 손질했다. 저 정경 다시 일러주지 않아도 짐작하는 바가 있다. 그렇다. 내가 고향을 떠나기 전 그 고향이랑 한치 진배없다. 그랬다. 나는 조선시대를 살고 있었다.
저 평범한 시야말로 5천만 자를 헤아린다는 실록 그 전체를 합친 것보다 중요한 증언이다. 그 시대를 산 일상을 저토록 담담하게, 그러면서도 처철하게 알려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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