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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에서 거란군에 사로잡힌 고려군 수뇌부 넘버 원 강조와 넘버 2 이현운이 걸은 너무나 다른 길을 소개했거니와
아부는 거룩한 충성이라는 말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내가 기자 초년 시절, 아부로 출세가도를 달린 공장 선배가 한 말을 잊을 수가 없다.
"태식아, 너 아부 말이다. 그거 첨에 들으면 참 거북해, 한데 말이야, 자꾸 들으면 그렇게 이쁠 수가 없다?"
결국 자신한테 아부하라는 뜻이었다. 물론 나는 아부를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할 줄 몰랐다. 그러니 해고까지 당하지 않았겠는가?
그렇다 해서 내가 무슨 절의 절개남? 웃기는 소리, 똑같은 놈이다.
거란 성종 야율융서가 진짜로 대인이라면 고려왕한테 끝까지 충성을 다하는 강조를 풀어주어야 했다.
대신 "제 두 눈이 이미 새로운 해와 달을 보았으니, 하나의 심장으로 어찌 옛 산과 들을 생각하겠습니까?"라고 아부하는 이현운을 처단해서 모범을 보여야 했다.
하지만 이는 도덕교과서에서나 존재할 법한 이상에 지나지 않는다.
이상이 왜 이상이겠는가? 현실이 아니니 이상 아니겠는가?
저런 말이 아부인 줄 알면서도 야율융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내 신하가 되겠다는 놈은 용서하기로 한 마당에 그 신하가 되겠다고 저리 멋진 말을 짧은 순간에 생각하고 뱉은 아부를 어찌 처단하겠는가?
아부란 그런 것이다.
절개 절의? 죽음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살려거든 아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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