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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선다.
딸딸이 질질 끌고 반바지 차림으로 보게또엔 잔뜩 뭘 넣고
우선 이발소에 간다.
여긴 피대 없수?
없단다.
머리는 쳤겠다 어슬렁 동네 산뽀
가다가 남영역으로 방향을 튼다.
뭐 지들이 날 알아?
안들 우짤겨?
익명은 점점 자신감을 불러낸다.
박종철이 고문 끝에 유명을 달리한 남영동 대공분실이다. 지금은 민주인권기념관이라는 타이틀로 바깠다.
예가 그 분실인 걸 알고 왔으니 은폐하려 마시오.
들어갈라 카는데 정문에서 아래위로 흝으며 날 막 날 째리본다.
그래 내가 민주투사로 보이나 보다.
아직도 빨갱이 잡던 버릇 못 버맀나 보다.
걱정할 거 없수. 사진만 몇장 찍고 나갈낑께
김수근
승효상이랑 유홍준이가 막 띄우는 유신시대 체제 옹호용 건축가다.
쪽팔리게 대공분실이 뭐냐?
부끄럽지도 않나봐.
아저씨 패션 완성은 반바지 끈
느슨하게 동여매고
빤스 고무줄이 나올랑말랑 해야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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