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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애완의 시대에 넘쳐나는 동물, 강남을 활보하는 당나귀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1.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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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한복판서 당나귀 2마리 출몰…"네번째 탈출"
2021-09-14 21:32 문다영 기자

 

 

강남 한복판서 당나귀 2마리 출몰…"네번째 탈출"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문다영 기자 = 14일 강남구 논현동 학동역 사거리에서 당나귀 2마리가 도로를 누비다 신고 5분 만에 포획됐다.

www.yna.co.kr

 

뭐라나 관찰 예능이라나 하는 프로그램들을 멍때리다가 접하곤 하는데, 옛날엔 그런 데 등장하는 동물이라 해 봐야 맨 개새끼 천지였지만, 요새는 그런 흐름도 급속도로 변해 별의별 동물이 다 등장하거니와, 파충류 키우는 건 요즘은 예사요, 그제인가 본방인지 옛날 방송인지 기억에는 없지만, 암튼 그를 보니 호주에서 들여온 난생 처음 보는 모가지 긴 사슴 같기도 한 동물을 키우는 사람도 있더라. 

저와 맥락은 조금 다르나 요새는 섬의 재발견 시대라, 무인도가 삶의 새로운 활력을 주는 데로 자주 등장하거니와, 그런 무인도가 이전에는 유인도였던 시절이 있는 데가 있어, 그런 섬들을 보면 염소 떼 소 떼 천국인 데가 그리 많으니, 살피니 섬을 떠나면서 섬에다가 그대로 두고 떠난 소나 염소가 살아남아 자연번식을 통해 무한증식해 현재에 이른다. 

저런 놈 중에 상대로 독한 놈들이 염소라, 이 놈들은 천성이 절벽 바위타기를 좋아하는 놈들이라, 그 무리지어 해변 암벽을 달리는 모습을 볼짝시면 화면으로 볼 적에는 무슨 동물의왕국 그것을 보는 장관을 선사하기는 하지만, 실상 저놈들은 날쌔기가 우사인 볼트 저리 가라 하는 놈들이 떼지어 달리는 모습을 실제로 보면 낭만과는 조금은 거리가 멀다. 

염소를 키워 본 사람들은 잘 아는데, 그 무리를 이끄는 숫놈은 실은 위험하기 짝이 없어, 이 놈들은 걸핏하면 뒤에서 사람을 가리지 않고 들이받는다. 그렇게 들이바쳐 크게 다친 기억이 있는 나는 저런 염소 떼 이동을 보고서도 낭만은 하나도 없고, 저것들 다 때려잡아 탕 만들어 소진해야 한다는 생각만 한다. 

 

방사하는 황새. 실상은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곧 쫓겨난다. 

 

그에 견주어 소야 저네가 아무리 야성을 기른다 해서 소가 소지 염소가 되겠는가? 뛰어봤자 벼룩이라, 그 큰 덩치로 무에 도망을 잘 가겠는가? 물론 이 놈들 중에서도 황소는 조심해야 한다. 들이바치기라도 하는 날엔 뼈도 못 추리니깐 말이다. 

저놈들 족보를 추적하면 근친상간이라 애미 애비가 뒤섞이고 삼촌이 조카가 되고, 조카가 이모 고모가 되는 형국이라, 저런 걸 보고서도 근친교배는 그 종의 퇴화를 부르니 하는 헛소리가 왜 횡행하는지 모르겠다만, 암튼 잘만 번성하더라. 

서울 강남 한복판이 중세 유럽이 되었는지 당나귀 두 마리가 대로를 활보했단다. 학동역 사거리 도로 한복판을 산보하시다가 붙잡혔다는데, "당나귀들은 크게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는 대목을 접하고는 폭소를 금치 못하겠다. 그렇담 뭐 당나귀가 사람한테 대들어야야 해?  

 

이 친구 노다지라고 미곡처리장에 둥지를 튼 모양이지만, 싸대는 똥이 엄청나다. 



내가 더 이해가 힘든 대목은 이들 당나귀님들이 인근 신사동 한 식당 주인 A씨가 기르는 애완동물이라는 데 이르러서다. 뭐? 당나귀를 애완동물로? 개새끼도 파충류도 아닌 당나귀를 애완동물로?

애초에는 애완동물이라는 대목만 언뜻 눈에 띄어 "아! 저걸 애완하려면 식당밖에 없는데?" 했다가 그 주인이 식당 주인이라는 대목을 발견하고는 그러면 그렇지 했다. 

당나귀는 엄청 쳐먹어대고 엄청 싸댄다. 문제는 식당을 하니 그에서 나오는 식자재를 주식으로 제공한다지만 문제는 저놈들이 싸대는 똥은 어찌한단 말인가? 저들이 싸는 똥에선 말똥구리가 생기고 그 양이 엄청나고 그 색감 또한 썩 유쾌하지는 아니한데 도대체 어디에다 어케 치운단 말인가? 파리 모기가 들끓기 마련이라, 강남 도심에서 저걸 치울 방법은 결국 사람이 쓰는 변기에 버리는 일밖에 없다. 사람 똥이랑 차원이 다르다. 

또 하나 애완이 불러오는 문제는 언제나 급격한 생태계 변화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역시 그제 관찰 예능에서 본 것이기는 한데, 어느 젊은이가 비버 세 마리를 애완하는 내용이었다. 이놈들은 천성이 갉아대기 갈가리라, 물 담아 놀라 던져준 고무다라이도 이빨로 벅벅 긁어대며 나무라는 나무는 다 긁어대더라. 

그 장면을 보고는 아! 한강 밤섬이 비버 천국이 될 날이 머지 않았음을 직감했으니 시간문제다. 내 생애에 여의도 인근에 거대한 비버댐이 만들어질 날을 보게 될 줄이야? 

 

넘쳐나는 산양. 도로를 활보한다. 저놈이랑 충돌하면 누가 책임짐?

 

저처럼 애완으로 키우는 비버가 탈출해 자연번식할 수도 있고, 의외로 이런저런 이유로 그 애완을 포기하거나 이렇게 귀여운 비버를 나만 즐길 수는 없다 해서 일부러 강에다가 놔주는 사람 생기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실제 멸종한지 500년 만에 브리튼 섬이 천지사방 비버 세상으로 변했으니, 그것이 미치는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만치 크다. 

사라져가는 것을 애잔하게 바라보는 심성이야 본능이라 하겠지만, 그런 심성에 기초하고 동물은 인간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밑도끝도 없는 종족 번식 혹은 보존주의가 실은 그네들이 그토록 주창하는 환경보존 자연보호와는 거리가 멀 수도 있다. 

멸종해 버린 종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런 것들을 되살린다 해서 그것이 생태계 복원은커녕 실은 그 파괴를 부르는 일은 너무 자주 있다. 천연기념물에다가 멸종위기종이니 해서 각종 보호장치 덕지덕지 채운 수달이니 산양은 천지사방 환경 파괴를 부르는 중이며, 또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의욕으로 추진하는 황새 복원 나는 그닥 찬성하고 싶지가 않다. 

그네들이 한적한 가을 들녘 노란 벼이삭 물결을 나는 장면이야 노래방 배경화면으로 볼 때나 아름답지 그런 놈들이 내 뒤안을 쳐들어와 대숲 같은 데 정착하는 일, 나는 반대한다. 

 

비버가 작살 낸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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