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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어른은 피해야" 《지수염필智水拈筆》이 증언하는 조선시대 담배예절

by taeshik.kim 2020.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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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파고痰破菰가 무슨 풀인지 모르겠으나 여송국(呂宋國·필리핀)에서(이상 282쪽) 처음 나왔다. 선조 임진왜란 이후 일본 사람에게 얻어 종자를 가져다가 심었는데, 지금은 천하에 성행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계곡만필谿谷漫筆》에 자세히 보인다.

 

 

담배 건조창고에서 말린 담배를 손질하는 농민. 1988년

 

 

(담배란) 대개 차의 일종으로 실제로는 정해진 이름이 없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는 兩西(관서와 해서) 지방에서 생산되는 것은 서초西草라 일컫고, 삼남 지방에서 생산되는 것은 남초南草라 부르며 혹은 언蔫 혹은 어菸라고 부르지만 모두 알맞은 글자는 아니다. 총괄하여 논하면 그 풀은 반드시 좋은 밭에다가 심어야 하니 곡식에 해가 되고, 정해진 때 없이 피워대니 氣에 해가 된다.

금金·은銀·동銅·철鐵을 녹여 대통[盞]을 만들고 설대[臺]를 만들고 물부리(취)를 만들며, 또한 재떨이와 담배합을 만드는데, 그 제조법이 동일하지 않고 모양도 일정하지 않아 재물에 해가 된다. 차는 끓여 마시고 이것은 태워서 피운다. 똑같이 먹는 것이지만 입에 긴 담뱃대를 물고 있어 말하거나 걸어 다닐 때는 겸손하지 않으니 반드시 웃어른을 피해야 한다. 그러므로 교만하고 거만한 사람은 함부로 범하여 무례하다고 책망을 받고 그때마다 시비를 불러 모은다.

 

 

말린 담배 손질

 

 

또한 조심하지 않으면 불을 내기 쉽고 목구멍을 찔리기도 쉽다. 더욱이 이로 인한 손실은 한 시대를 통틀어 말한다면 재물의 손실이 만을 헤아릴 정도이니 그 폐해가 되는 것이 더욱 크다.(이상 283쪽) 그러나 세상에 이를 즐기지 않거나 좋아하지 않는 자는 겨우 천만 가운데 한 사람 정도이다.


남녀 귀천 노소를 막론하고 움직일 때마다 휴대하니 그 폐단은 중국인들이 차를 만든 것보다 심하고 나라에서 두루 미친 것이 이미 수백 년이라 지금은 금지시켜도 반드시 금지시킬 수 없고 영을 내려도 반드시 행할 수 없다.

그러나 풀의 성질은 평담하고 독성이 없다. 그러므로 피워서 비록 기를 손상시키지만 이 때문에 요절했다는 말은 아직 듣지 못했으며, 심어서 비록 밭에 해가 되지만 또한 이 때문에 밭이 척박해지고 백성들이 굶주렸다는 말은 아직 듣지 못했다. 

 

 

건조를 위한 담배 엮기

 

 

밥을 먹은 후나 측간에 갈 때, 책을 보거나 손님을 대할 때, 유람을 하거나 일을 할 때 그것이 없으면 멋이 없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근심하거나 기뻐하거나 한가하거나 바쁘거나 앉거나 눕거나 일어나거나 거처할 때, 모두 잠시라도 담배[此君]가 없을 수 없다.


다만 진작 육조·수·당의 시대에 태어나 전아하고 순정한 이름을 얻고, 이백과 두부에게 품평을 받고 한유와 백거이에게 읊어지고 譜나 經으로 읊조려지기를, 차의 경우처럼 육홍점陸鴻漸(陸羽)과 채군모蔡君謨가 있는 것만 못함이 한스럽다. 일찍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이 풀이 처음 나왔을 때 선배 중에 계곡 장유가 제일 먼저 즐기고(이상 284쪽) 좋아해서, 막 어른이 되어서부터 이미 손에서 담뱃대를 놓지 않았다. 그의 장인 선원공仙源公 김상용金尙容은 볼 때마다 반드시 호통치고 금하도록 하였다. 어느날 계곡은 장인어른이 내실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서둘러 황급히 감추었다가 이불과 요를 태워버렸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세상에 미담으로 전하고 있다. 

 

 

담배 건조

 

 

내가 일찍이 중국 칙사의 행차를 보았는데 上使나 副使는 대부분 입에 긴 담뱃대를 빗겨 물고는 견여肩輿를 타고 칙서를 받들어 서울로 들어왔다. 보고서 매우 경악할 만 했지만 저들에게는 애당초 혐의가 되지 않았다.


근세에는 간혹 자식이 아버지를 피하지 않고 젊은이가 어른을 피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말 그러한지 모르겠지만 이것 역시 중국의 법도에서 말미암은 것인가. 가소롭다. (285쪽) 

홍한주 저, 김윤조·진재교 옮김, 임완혁 윤문 《지수염필(智水拈筆)》 2013.9. 권7 痰破菰 (2013.11.12 07: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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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예찬론 펼친 《연경煙經 》

 

 

조선후기 담배에 관한 글로 안대회 선생이 근자에 《연경煙經》을 발굴하고 그것을 역주한 책이 있으며, 그외 여러 분이 이에 관한 글을 발표한 것으로 안다.

나는 몹시도 이른바 어른 앞에서는 담배를 꼬나물지 않는다는 담배 예절의 유래가 궁금했는데 《지수염필》에 그 일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어 그 전문을 寫하여 소개한다.

 

 

《연경煙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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