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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 특별하지 않은 박물관 이야기

요즘의 고민 3: 나의 박물관 적성은 무엇인가

by 느린 산책자 2023.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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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고민 시리즈로 글을 쓰게 된다. 아마도 요즘 생각나는 바를 적다보니 그런 것 같다. 

요즘의 고민은 바로 ‘내가 이 과에 잘 맞는 사람인가.’라는 것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고민이긴 하다. 

나는 늘 내가 가는 길을 의심하는 사람이었다. 미술사학과에 들어와서는 내가 이 전공에 맞는 사람일까를 의심했고, 이 박물관에 들어와서는 과연 내가 이 박물관에 맞는 사람일까 의심했다. 

그리고 내가 전시에 맞는 사람일까 고민했다. 그때는 전시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이 박물관에 들어와서 두 번째로 과를 옮기게 되었다. 나는 또 의심한다. 내가 이 과에 맞는 사람일까 하고. 



정구지 같은 인생



지금의 과가 나에게 맞는 것일까  
교육 업무를 안 해 본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때는 프로그램 자체를 만드는데 매우 급급했다.

처음에는 교육프로그램들을 만드는 모든 사람들이 존경스러웠고, 모든 활동지가 예쁘게 보일 뿐이었다. 그래도 4~6학년을 타켓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니, 생각보다는 수월하게 만들었고 반응도 그럴싸하게 나왔다.

그러다 보니 그냥 저냥 할 만하다 생각한 것 같다. 물론 민원은 논외다. 

다시 나 자신을 의심을 하게 된 것은, 대략 6개월간 프로그램을 운영해보고 나서다. 우리 박물관 수업은 1~3학년과 3~6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 있고, 1~6학년을 전체 아우르는 수업이 있다. 이 부분이 고민이었다.

학년을 나누어 두긴 했는데, 수업의 난이도가 제대로 맞게 제공되고 있는 것일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느 정도에 맞게 난이도를 조절해야할까?

난이도를 어느 정도 나눌 수 있다면, 박물관의 교육도 장기 플랜을 세워 교육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어린이들이 그 다음이 궁금한 교육을 만들려면 그때그때 학예사 만들고 싶은 교육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더 고민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교과과정과 어린이들의 발달에 대해 알아야 그 플랜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장기적으로 본다면 교육은 상설전 뿐 아니라 기획전과 맞물려서 함께 계획해야 할까. 

이런 부분조차 헷갈리기 시작하니, 아무래도 어린이를 키워보거나 교육학을 전공한 사람이 교육과에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것보다 이것만은 인정해야했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나보다는 어린이들을 많이 안다고. 그럼 양자를 충족하지 못하는 나는 다른 과가 더 맞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계속되는 의심: 나의 적성은 무엇인가  
이 과에 얼마나 더 있을지, 교육 업무를 앞으로 더 하게 될지 알 수는 없는데 그래도 건진 것은 하나가 있다. 건졌다기보다는 그동안 나에 대한 반성이다.

교육 업무의 전제는 교육을 듣는 사람을 이해시킨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이도도 어린이들에 맞게 조절하고, 어린이들의 흥미를 자아낼 유인책도 만들게 된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데, 전시 업무를 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 해 본 적이 없었다. 전시 주제를 전시로 풀어내는 방법을 고민한 적은 있어도, 관람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는 관람객의 참여를 이끌 방법을 생각해 본적은 없었다.

물론 후기를 찾아 읽으면서 어떻게 전시 내용을 이해했는지는 유추해보긴 했지만서도 그것은 참고 사항이었지 처음부터 나의 업무 바운더리는 아니었던 것이다.

전시 또한 관람객들이 있어야 가능한 것인데 이것을 이제야 깨닫다니 아차 싶었다. 뭐 그래서 결론은, 아직도 나의 박물관 적성(?!- 정확히는 박물관 업무 중 나의 적성에 맞는 업무?)을 모르겠지만, 그래도 여러 과를 옮겨 다니는 것이 좋은 것이구나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퇴직 전까지는 늘 나를 의심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계속 생각해볼 것 같다.

나에게 맞는 곳은 어디인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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