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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어버이날 엄마 보러갔다 조우한 소쩍새? 부엉이?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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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집에 도착하니 이내 마을회관 마실 간 엄마 다급한 전화 소리. 

"야야 행으이 아바야, 샛터 ○○ 시야 집에 새새끼 한마리 있대여. 행으이 오마 준다고 갖다 났대여. 가꾸가래여 가꾸와레이."

"무슨 새라?"

"몰라여. 이상하게 생깄데여. 고앵이랑 까치한데 쪼끼는거 갖다났대여. 행은가 동물 좋아한다카미 나둤대여."

갔다. 

바케스에 담가 놨는데 열었더니, 잉? 부엉이다!  

본래 부엉이랑 올빼미는 새끼는 구분이 쉽지 않은데, 귀가 작지만 뚜렷해서 부엉이다.
 

 
내 아무리 촌놈이고 산골에서 나고 자랐다 해도 부엉이나 올빼미는 실물 구경한 적이 선캄브리아 후기라,

하도 오래된 기억이라 뭐가 뭔지도 모르겠다. 

딱 보니 새끼라 둥지에서 떨어진 모양이라, 낙오한 새끼였다. 

새끼라 거의 날지를 못했지만 사람을 경계하는 눈빛은 완연해서 손을 갖다니 그 코딱미만한 것이 쪼아댔다.




다만 하도 어린 까닭에 쪼아댄들 아픔을 주는 정도는 아니었다. 

아지매가 말한다. 

"잘 쳐무여. 고기는 꿉은건 안쳐묵고 쌩거만 쳐무여."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는 냉큼 들고 왔다.

아무리 작아도 발바닥 힘은 대단해서 또 꼴에 맹금류라고 발톱이 날카로웠다. 




사진을 찍어 곧 상주 캠퍼스에서 합류할 예정인 아들놈한테 사진 몇 장 찍어 보냈다. 

"아무래도 부엉이인갑다야. 빨랑 와서 봐라. 일단 처리 문제는 나중에 하고."

그걸 본 아들놈 반응이 뜻밖이었다. 

"아부지 그거 천연기념물이야, 바로 신고해야 해. 그냥 갖고 있으면 큰일 나."





짜식 크리미널 마인드가 없다. 너무 순진하다. 

"알아써 임뫄, 그건 나도 알아, 니 애비 뭐한 사람인지 이자뿌맀나? 신고는 천천해 해도 되니 일단 와서 봐라."

마누라한테도 관련 사진과 동영상을 보냈더니, 이내 이상한 반응이 왔다.

이곳저곳 자료를 뒤진 모양이라, 아무래도 소쩍새 같다면서 관련 동영상을 보내줬다. 





그러고 보니 소쩍새 같았다. 

그랬더니 아들놈 말이 이번에도 가관이다. 

"아부지, 부엉이건 소쩍새건 둘 다 천연기념물이야, 신고해야대."

"알써 임뫄"

신고 혹은 인수 인계에도 시간이 걸리니, 여긴 김천시청에서도 한참이나 떨어진 오지 중의 오지라,

그렇다면 상경하는 김에 김천시청에 들러 담당 학예연구사한테 넘겨 줄 작정이었다. 





문제는 그 사흘간 저 놈을 어찌하냐였다.

생고기만 먹는다니, 엄마가 냉장고에서 돼지고기를 잘게잘게 썰어 왔다.

앞에다 놔두니 이 놈이 왕자병인지 쳐다도 안봤다.

하도 경계심이 강하니 더 한 듯했다. 

한데 웬걸? 고기를 들고서 주둥이에 갖다대니 낼름 쳐먹는다. 오잉? 





사흘간 관찰하면서 이상한 점이 있었다.

이 놈이 피가 흥근한 살고기만 입에 대지, 같은 생고기인데 비계는 한사코 입에도 대지 않았다.

오호 삼겹 오겹만 먹겠다 이거지?

놔둘 데가 마땅치 않고, 또 좁은 데가 가둬 놓으니 하도 버둥을 쳐서 할 수 없이 방에다 들여다 놨다.

마침 비까지 계속 와서 기온이 뚝 떨어져 바깥에 내놓기에는 그랬다.





따신 방에다 들여놓고는 통에다 넣어 놓으니 또 버둥이라, 할 수 없이 니 맘대로 돌아다니라고 방에다 내놨다. 

싸대는 똥이 걱정이긴 했지만, 뭐 그야 치우면 되는 일이니 그건 크게 걱정은 아니었다. 

그렇게 반나절이 지나고 밤이 되었다.

문제는 이 밤에 생겼다.

아다시피 부엉이건 소쩍새건 야행성이다.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낮에는 방구석 후미진 데를 찾아 들어가 꾸벅꾸벅 졸던 저 새끼가 밤이 되니 난리였다. 

제대로 날지도 못하는 놈이 나는 연습을 하는지 불을 끄고 누우니 온방을 푸드득푸드걱 거리며 난리법석을 떨었다.

우당탕탕하고 북새통이었다.

그래 니 맘대로 하라고 나는 잠이 들었다. 

한데 잠결에 보니 이 놈이 내 머리에 올라와 있는 거 아닌가?

새는 새라 이 놈 특징이 높은 곳만 찾아 앉았다.




야행성이니 제대로 날지도 못하는 놈이 그래도 날기 연습을 무진장 해댔는데, 그 짧은 사흘을 지켜본 결과 하루가 다르게 나는 거리가 달라졌다. 

오늘 1미터를 날던 놈이 내일이 되니 2미터를 날았고, 사흘째가 되니 아예 방 2층 다락방에 가 있더라. 

또 하나 요상한 점은 사람을 그렇게 경계하던 이 놈이 반나절 지나고 하루가 지나니 나랑 완연히 몰아일체가 되어 내가 다가가면 아예 품에 안기더니 가슴팍을 푸드득거리며 타고 오르더니 기어이 내 어깨에 올라타는 것 아닌가?

그런 상태로 내가 걸어다녀도 균형만 맞추려 무진장 노력할 뿐 다른 데로 날아가지도 않았다. 




손가락을 펼쳐 횟대처럼 만들어주니 거기 앉아서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이 부엉인지 소쩍새 새끼는 그렇게 이쁘다.

엄마도 이뻐 죽겠다 난리였고 동네 사람들도 다 그랬다. 

이제 상경할 날이 되어 처리할 일이 남았다.

천연기념물은 문화재라 김천시청에서는 담당 학예연구사 담당 업무다.




이래저래 기별 넣어 담당자 이름이랑 연락처를 입수한 다음, 상경하는 길에 시청으로 갔다. 미리 연락은 하지 않았다. 

문화재업무를 김천시에서는 문화홍보실에서 했는데, 사무실에 들어서니 그 실 직원 대략 스무명이나 될 법한 분들이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한데 하필 담당 학예연구사는 외부 출타 중이었다.

나는 내심 이렇게 생각했다. 하도 지자체 학예사들이 천기물 업무를 싫어하기에 이런 일로, 더구나 해당 천기 새를 들고 불쑥 나타나면 싫어할 줄 알았다. 




그래서 일부러 신고도 하지 않고 그네들 좀 편하게 해준다 생각해서 새를 들고 사무실로 간 것이다.

그 자리서 인수인계하고 그냥 빠이빠이 할 작정이었다. 

무슨 일로 오셨냐기에 블라블라한 전차로 학예사님 뵈었으면 한다 했더니 없다 해서 할 수 없이 새를 끄집어 내면서 

"이 놈 때문에 왔습니다. 이 분 넘기려구요, 이 분 아무리 봐도 천연기념물이시라, 인수인계하러 왔습니다."

새를 꺼내서 손가락에 앉은 모습으로 보여줬더니 사무실에서 난리가 났다.

환호성이 터지고 이내 어머머 이게 뭔가요? 무슨 새가 이리도 이쁘게 생겼어요? 어머 사진 찍어도 되죠? 하면서 사진찍고 동영상 찍고 난리가 아니었다. 





더구나 새가 나한테서 떨어지지고 않고 그 누른 색깔 완연한 눈만 껌뻑껌뻑하고 때로는 헤드뱅잉을 하면서 애교를 부리는 데다, 무엇보다 그 생긴 양태가 앙증맞기 짝이 없으니 와! 하는 환성이 터졌다. 

그 소리에 놀라 실장님까지 무슨 일이냐고 사무실로 오셨다가 그 새를 보고는 좋아서 싱글벙글 난리가 아니었다. 

그랬다. 저 부엉이 혹은 소쩍새는 오늘 김천시청 최고 스타였다.

그렇게 해서 여차저차 인수인계 끝내고는 시청을 나서 나는 서울행 기차에 탔다. 

아주 짧은 사흘간 만남이었지만, 저 새는 한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만큼 나로서는 내가 할 수 있는 보살핌을 다 쏟았다.




끼니 맞추어 꼬박꼬박 살고기 썰어 주었고, 그가 남긴 똥이라는 똥은 다 치웠다. 

무엇보다 내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나를 유난히 따른 그 새를 어찌 쉽게 망각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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