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한테 이른 오전 기상은 군대 끌려가는 이상의 고역이다. 그런 상태로 무슨 병원 무슨 센터 가서 피 뽑고 걷고 달리기를 하라니 얼마나 더 큰 고역이겠는가?
병원 창문 너머로 익숙한 건물이 들어온다. 그래 빨랑 끝내고 저기나 들려보자. 그 관장은 틀림없이 박물관에 없을 테니 서 모가 있으면 커피나 한잔 해야겠다고 삼층 박물관 사무실 들어서 보니 역시 예상대로 관장실은 불이 꺼진 상태고 서모를 불렀으나 가는 날 장날이라고 오늘부터 휴가랜다.
오르는 길목 일층 특별전시실 보니 애비슨 특별전 한다는 간판 요란하기에 그곳으로 옮긴다. 어차피 대학박물관 상설 코너야 거기가 거기라 바뀐 데도 없어 휙 지나쳤다. (*** Avison을 애비슨 이라 표기하는데, 어느쪽이 맞는지는 일단 몰라서 둘 다 병기해 둔다.)
슥 둘러보는데 오잉? 괜찮네 하면서 둘러본다.
애비슨이 누군인가?
한국 근대 여러 부문에 지울 길 없는 족적을 남긴 거물이다.
의사였고 식민지시대 연희전문과 세브란스의전 교장을 동시에 오래도록 역임하며 한국 근대의료와 근대 교육 초석을 놓은 인물 중 한 명이다.
그의 저 두 학교 재임 시절을 중심으로 그의 생애를 조명하는 이번 특별전은 따라서 그 자체 한국 근대사의 단면을 온축하는 자리다.
무엇보다 전시품들이 알차기 짝이 없어그 자체가 모조리 한국근대사의 위대한 증언자들이다.
하나하나 a급 사료다.
더 용한 것은 이들이 고스란히 남아 지금에 전한다는 사실 아니겠는가?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잘 남았다.
이는 아무래도 그가 식민지시대에 미국으로 귀국했으며 그때 관련 자료들을 고스란히 싣고 갔기 때문이 아닌가 한디ㅡ.
그 자료들이 다시 학교에 기증됐으니 말이다.
전쟁의 참화를 피한 것이다.
초창기 두 학교 자료들이 특히 더 값 나간다.
처음 보는 자료가 수두룩하다.
나만 못봤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하나하나 음미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두 학교 초기 교기도 남았다.
주목할 점은 저에서 시작한 양교 교유가 결국 해방 이후 양교 통합으로 연세대학교가 탄생하는 밑거름이 됐다는 사실이다.
연세대와 이화여대 또한 통합 움직임이 있다 각자 갈 길을 갔는데 지금 추세로 봐선 조만간 통합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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