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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필기구를 좋아한다. 한때 사고 모으고 불고 닦던 시절이 있었다.
언젠가 일본에서 학회 발표를 마친 후 오사카 동양도자미술관 고문으로 계시던 이토 선생과 2차까지 간 날이 있었다.
우연히 서로 가지고 있던 펜 이야기로 이어졌는데 이토 선생은 이런 이야기를 도자사 전공자와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좋다시며 훗날 내게 만년필 한 자루를 선물로 주셨다.
문구를 좋아하다 보면 자연, 먹이나 벼루로 관심이 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우연히 본 중국 벼루 관련 다큐에서 좁디 좁은 단계端溪 노갱의 극한 갱도에서 석질이 상할까 남성들이 팬티만 입고 맨몸으로 채취하는 장면을 보고는 더 이상 벼루를 사지 않았다.
대만 고궁박물원의 벼루전 <愛硯成痴>는 매니아들 벼루이야기다.
송나라 이후 본격화한 다양한 변주가 놀라웠다.
먹이나 붓, 종이 등과 함께 그 재질과 무늬 색깔 등이 취사 선택되며 경쟁하듯 극단으로 치달았다.
집요함의 끝판왕이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옥배추를 능가한다.
시대를 풍미하며 명성을 얻은 벼루들도 있지만 그건 어쩌면 소동파나 건륭제 같은 그 벼루의 주인공들 때문일 수도 있겠다.
상상도 할 수 없는 개인적 취향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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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대만풍경](4)국립고궁박물원 북원(北院) ③<風格故事—琺瑯彩瓷特展(양식이야기: 법랑채자기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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