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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연세대 구석기학, 한국자생고고학의 시발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1.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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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균 선생이 물러난 연세대 <파른기념교수> 자리를 세종대 하문식 교수가 이번 2019년도 1학기부터 연세대 사학과에서 교편을 휘두른다. 파른 손보기, 혹은 연세대 사학과 고고학 전통은 1. 구석기 2. 파른 제자 이 둘을 유지하는 편이지만, 이 두 가지 줄기 중 하나가 이번에 깨졌다.

하 선생은 학부는 다르나, 대학원에서 파른 지도를 받았다는 점에서 2에 해당하지만, 전공은 청동기시대 고인돌이다.

이번 그의 임용으로 연대 고고학이 보폭을 넓힐 계기는 마련했다고 본다. 한창균 후임을 두고 학과 혹은 문과대 내부에서는 역사고고학도 좋지 않냐 하는 말까지 있었다는 후문도 있다. 고고학 본령은 구석기다. 그렇다 해서 구석기만으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방식은 사진 연출이기도 했겠지만, 분명 한국고고학에서는 보지 못한 장면이었다. 금강을 배경으로 현며경인가로 석기를 관찰하는 모습이다.  

 


나아가 연대 고고학은 파른 퇴직과 더불어 10여년 공백상태였다. 그의 후임이 없었다. 파른 고고학은 한국고고학에서는 거의 유일한 자생고고학이라는 점에서 유별난 특징 혹은 장점이 있다.

조선시대 전공인 손보기가 1963~64년 곡갱이 삽자루 호미 들고 공주 금강변 석장리로 내려가면서 한국 고고학은 새로운 시대를 선언한다.


그 이전 한국고고학은 일본제국주의 고고학이었다. 그 이전 선생들은 일본제국주의 훈육을 받았고 고고학 조사방법 역시 일본 제국주의의 그것을 답습했다. 그것을 일소한 것이 연세 고고학이다.

이 연세 고고학이 1987년인지 88년 손보기 정년퇴임과 더불어 암흑시대였다. 그러다가 겨우 고고학 전임 교수를 뽑았고, 그러다가 근자 파른 유족이 삼국유사 왕력 편을 연세대에 기증하면서, 파른기념교수 신설을 요청해 학교 당국이 받아들임으로써 연세 고고학 전공 교수 자리는 비로소 둘로 늘었다.

 

 

바위그늘 구석기 유적 아닌가 하는데, 이 역시 종래 한국고고학에서는 생소한 조사풍경이다. 

 

(2019. 2. 29)

***

연세고고학은 사학과에서 자생했다. 이를 개척한 손보기는 고고학과는 연이 멀었다. 식민지시대 연희전문을 나오고 일본 유학 중 해방을 맞아 귀국하고는 경성제국대학을 접수한 서울대 사학과인지에 편입학 형식으로 들어가 아마 속성으로 졸업장을 받았을 것이다.

그의 입학 동기가 한우근 김성준이었다. 같은 방식으로 이기백도 들어갔는데 둘은 계통이 다른 느낌을 주곤 한다.  

손보기가 손진태 이인영 계열인데 이기백은 이병도 계열이다. 짧은 서울대 재학시절에는 서로 교류도 없었던 듯 하다.

손보기는 나중에 월북한 홍기문한테서 대명률직해를 수강하기도 했다. 홍명희 아들 말이다.

 

 

그의 미국 UC버클리대학 제출 박사학위 논문은 <조선 전기의 사회구조 연구>였다. 이 논문을 내가 열람한 적 있는데, 전형적인 민족주의 역사학이었다. 

 

서울대 사대 교수로 임용된 손보기는 거기서 김용섭을 길러냈는데 이는 나중에 김용섭을 연대로 끌어오는 고리가 된다.

서울대 사대 교수시절 아마 권력투쟁이 있었던 듯하며 퇴직하고서인지 미국 유학 가서 박사학위를 받고는 귀국해 연세대 사학과에 정착한다.

이때까지도 고고학에 관심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투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북한에서 구석기가 발견된 소식을 접하고는 고고학 전업을 선언하고는 방향을 틀어 석장리 발굴로 뛰어든다.

 

그는 일본 유학 중에도 구석기를 배우지도 않았고 주로 미국 프랑스쪽 고고학을 자생으로 습득하고 그것을 현장에 접목한 자생고교학 1호였다.

당시 한국고고학은 식민지시대 일본에서 고고학을 배운 부산대 김정학, 김원룡 중심 서울대 고고인류학, 국립박물관과 그에서 뛰쳐나와 문화재관리국 문화재연구실장으로 정착한 일본계 건축학도 김정기 등의 분파가 있었다.

당시 한국고고학은 자생이라 할 만한 쪽은 손보기가 유일했다. 그의 퇴임 이후 한창균과 조태섭이 다시 자리를 잡기전에 부산대서 교편을 잡다 모교로 복귀한 구석기 박영철이 복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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