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가하상행(豔歌何嘗行)이라는 제목이 붙은 다음 漢代 악부시樂府詩는 이런 성격의 민가가 대개 그렇듯이 이 역시 작자를 알 수 없다. 이른바 민중가요라 해서 어느 한 사람에 의한 산물이 아니라 시간이 누적한 이른바 민중가요일 수도 있겠고, 그것이 아니라 특정 작가가 어느 한 때 격발(擊發)해 쓴 작품이라 해도 그 작자가 내 작품이라고 내세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은 작자가 無名氏 혹은 失名氏라는 이름으로 치부되곤 한다.
이 시대 악부시에서는 사람이 아닌 여타 생물이나 무생물을 사람으로 간주해 작자 감정을 이입하는 일이 흔하거니와, 그리고 이 시대 또 다른 특징으로 대화체가 많으니, 이 시 역시 그런 특성을 유감없이 보인다. 한데 제목에서 이 시 성격을 ‘염가’(豔歌), 다시 말해 연애시라 규정한 데서 미리 짐작하듯이 이 시는 근간이 남녀간 연애를 노래한다.
서북쪽에서 날아든 白鵠을 사람으로 간주해, 그들을 인간사 서로 사랑하는 연인으로 설정하되, 무슨 일이 있어 그들 중 어느 한 쪽이 병들어 죽음을 맞이하게 되니, 그리하여 북쪽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죽음을 기다리는 상황을 설정해 이 둘의 심정을 투영한다.
아래 작품에서 보겠지만, 병이 난 쪽은 암놈이다. 이런 노래는 각 문헌별로, 판본별로 텍스트 넘나듦이 적지 않은데, 그것은 훗날의 작업으로 미루면서 우선 대강 이런 작품이 있구나 하는 심정으로 봐주기 바란다.
한데 아래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마지막에 보이거니와, 살아있을 제 딩가딩가 놀아보자는 뜻이거니와, 하지만 이것이 맹목적 유피큐리언과는 거리가 멀어 한창인 지금 서로 사랑하며 살자는 뜻이다. 그럼에도 그 이면에는 짙은 니힐리즘이 잠들어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가슴이 쓰리다. 앞서 소개한 시처럼 太白 李白의 春夜宴桃李園序에 보이는 그 농밀한 生에의 悲哀가 다시금 엄습한다.
飛來雙白鵠, 乃從西北來. 날아든 흰 고니 한 쌍 서북쪽에서 왔네
十五十五, 羅列成行. 수십마리씩 죽 늘어서 줄을 이루네
妻卒被病, 不能相隨. 아내가 병들고 지치니 따를 수 없네
五里一反顧, 六里一徘徊. 5리마다 돌아보고 6리마다 서성이네
吾欲銜汝去, 口噤不能開. 내 당신 물고라고 가겠지만 입이 붙어 열리지 않고
吾欲負汝去, 毛羽何摧頹. 내 당신 업고라고 가겠지만 날개 펼 수 없네
樂哉新相知, 憂來生別離. 즐거웠소 처음 사랑할 때, 하지만 지금은 근심 들어 생이별
躇躊顧群侶, 淚下不自知. 머뭇머뭇 다른 짝들 돌아보니 나도 몰래 눈물나네
念與君別離, 氣結不能言. 그대와 이별한다 생각하니 목이 메어 말이 안 나온다오
各各重自愛, 道遠歸還難. 나도 당신도 몸조심 길 합시다. 길 멀어 돌아오긴 힘들겠소
妾當守空房, 閉門下重關. 첩은 빈방 지키며 빗장 꽁꽁 걸어 문 닫겠습니다
若生當相見, 亡者會重泉. 살아 다시 볼지 모르지만 죽어 저승에서라도 보겠지요
今日樂相樂, 延年萬歲期. 오늘 우리 즐기세나 천년만년 누려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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