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唐 여류시인 설도薛濤라는 이에게는 이른바 ‘십리시十離詩’라는 연작시편이 있거니와, 총애를 믿고 분수 모르고 날뛰다가 종국에는 주인한테 버림받은 신세를 한탄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아래는 그 중 첫 번째 ‘견리주犬離主’라는 제목의 시이니, 우선 제목을 그대로 풀면 개가 주인한테 버림받았다는 뜻이다.
그 전문은 아래와 같다. (류창교 역해, 《설도시집》,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3, 26~27쪽 참조)
떵떵거리는 집에서 길들여진지 4~5년
털은 향기롭고 발은 깨끗해 주인이 아꼈네
까닭없이 주인님 친한 손님 물어버렸다가
붉은 카펫에선 다시는 잘 수 없답니다
馴擾朱門四五年, 毛香足淨主人憐. 無端咬著親情客, 不得紅絲毯上眠.
한데 이 시가 판본에 따라 약간 다르기도 하거니와, 다음과 같이 된 곳도 있다.
떵떵거리는 집에서 드나든지 4~5년
사람 뜻 알아 사람들이 어여뻐했지요
까닭없이 주인님 친한 손님 물었다가
붉은 카펫에선 다시는 잘 수 없답니다
出入朱門四五年, 爲知人義得人憐. 無端咬著親知客, 不得紅絲毯上眠.
이는 결국 설도 자신의 비유이거니와, 관기로서 총애를 믿고 절도사에 기대어 분수 모르고 날뛰다가 버림받은 경험을 노래한 것이 아닌가 하노라.
암튼 이 시를 보면 당대에 이미 애완견이 있었음을 추찰한다.
시대는 바뀌는 법.
그 버려진 이를 주체로 보면 복수를 칼날을 갈게 되거니와 꼬리가 밟히면 개도 주인을 무는 법이다.
백제 대신 신라를 치려 하는 당과 일전을 겨루어야 한다고 김유신이 주장하면서 인용한 말이기도 하다.
잘못 버렸다가 패가망신한 주인 쌔고 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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