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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예술의전당이 우면산 기슭으로 간 사연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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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올림픽을 겨냥해 정부가 추진한 관련 사업 중에 예술의전당 건립건이 있다. 예술의전당은 지금 서울 서초 우면산 기슭을 차지한다. 그 건축에 대한 이야기는 그런대로 관련자들 증언이 있지만, 그 부지 선정과 관련해서는 내가 이렇다 할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다만 당시 관여한 몇몇 문화관료한테서 사석에서 두서 없이 줏어들은 게 전부다. 

어제 정기영 전 문화재관리국장을 만났는데, 느닷없이 이 부지 선정 이야기를 꺼낸다. 이 양반 증언은 크로스체킹할 대목이 있겠지만, 어떻든 그의 증언을 정리하면 이렇다.  




내가 문화공보부 문화예술국 문화과장으로 있을 때다. 당시 이진희 장관이었다. 하루는 느닷없이 날더러 장관이 "너 예술의전당 부지 찾아내. 조건은 네 가지다. 첫째 서울일 것, 둘째 부지 예산은 50억 안에서 해결할 것, 셋째 대로변에서 가까워 별도 진입시설이 필요없을 것, 넷째, 최소 5만평일 것. 

 
내가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평당 10만원짜리 땅을 어디서 찾아내? 당시 강남으로 강북 지역 학교들이 다 옮겨갈 무렵이었어. 그래서 학교 부지를 물색해 봤지. 근데 말이야. 학교 부지가 너무 작아. 몇천평밖에 안되. 서울고등학교 부지가 컸지만 그것도 3만평(3천평이라 했는데 문맥상 3만평인듯)밖에 안되. 


그러다 어쩌다 우면산 땅을 알게됐단 말이야? 가 봤지. 당시 우면산 기슭에서 한남대교 방면 양편으로는 전부 비닐하우스였어. 난 꿈이 있었어. 아, 잘 하면 이곳을 한국의 샹젤리제 거리로 만들 수도 있겠구나. 예술의전당 넣고, 그 전면 양 대로변에다가 각종 문화시설 넣으면 되겠구나. 


우면산 땅은 군사보호구역이었고 그린벨트였고, 각종 규제가 있었어. 우면산 정상에는 군부대가 있었으니깐. 장관한테 보고드렸지. 땅이 있기는 한데, 직접 보시고 결정하셔야 할 거 같다. 그래서 모시고 갔어. 몇 가지 말씀을 드렸지. 그린벨트에 군사보호구역이다. 해제해야 한다. 쉽지 않을 것이다. 또 북향이다. 


그랬더니 이 양반이 하겠다 그러더라고. 그래서 밀어붙였어. 다행히 그 땅이 개인 소유였는데, 각종 규제로 묶여있으니 매입했어.


그가 전한 부지확보 예산 50억원 사연도 있다. 그의 말.

홍두표 알지? 홍두표가 그때 코바코 사장이었어. 근데 말이야. 홍두표가 이진희를 제끼고 대통령한테다가 직보를 한 거야. 코바코에서 50억원으로 부지를 확보하겠다고 말이야. 이게 역으로 청와대에서 내려온거야. 이진희가 가만 있겠어? 홍두표 불러다가 작살 내고, "너 이제부터 빠져. 넌 돈만 대.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깐" 

이 사업에 김동호씨가 당시 기획조정실장인가로 깊이 관여했다고 한다. 나중에 문화부 차관까지 역임하고 부산국제영화를 반석에 올려놓은 그 양반 말이다.

그의 증언이 타당한지 여부를 확인하고자 예술의전당 부지 확정 시점을 알아봤다. 각종 신문기사를 검색하니 부지 확정 발표가 1983년 9월 초다. 정기영 이력을 보면 82년 12월부터 86년 5월까지 문화공보부 문화예술국 문화과장을 역임한 것으로 나온다.
꽤나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인 듯하다.

이 사업 관련자들이 여진히 많을 것이므로 혹 내가 잘못 알거나, 정기영 국장 증언에서 교정, 혹은 보완할 만한 대목이 있으면 대껄로 남겨주기 바란다. (September 20, 2017)   

*** 예술의전당 건립을 싸고 갖은 소문이 있었던 모양이라, 서초동 법조단지와 맞바뀌었다는 설도 있는 모양이고, 국립현대미술관하고 자리 맞바꿨다는 말도 있는 모양이다. 혹 김동호 차관 만날 일 있으면 확인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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