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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올리브 짠지 사이에 둔 아테네 부자의 아테네 대화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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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뭐라 부르는지는 모르겠다.

올리브 짠지 정도로 일단 해두고자 한다.

푸른 상태 올리브 열매를 따서 소금에 절인 간편한 짠지 일종인데,

이게 짠맛을 즐기는 한국인한테는 제법 용이해서 정 반찬이 없을 때는 저걸 반찬 삼아도 된다.

저걸 내놓으니 다행히 애들도 무척 좋다 한다.


올림픽 스타디웅에서


저걸 한 알씩 줏어 먹는 아들놈이 느닷없이 말한다.

"아부지 말야, 아테테라는 도시를 두고서 누가 가져갈 것인가 아테네랑 포세이돈 두 신이 대빡 싸웠거든. 내기를 한 거야.

아테네는 올리브를 내놓았고, 포세이돈은 말을 내놓은 거야. 아테네가 이겼어.

나중에 박친 포세이돈이 복수를 하려 했거든. 그러다가 제우스한테 박살이 난 거야. 형님 도대체 왜 이러시냐고. 그래서 아테네가 아테네 도시가 된 거야."

올림픽 스타디움


나는 금시초문인 말이었다.

계속 말하듯이 저들이 보는 그리스로마신화가 우리 세대의 그것이랑은 현격한 차이가 있어,

저들한테는 제우스 헤라 아르테미스가 박혁거세 고주몽보다 더 친숙한 세대다. 

우리 세대는 그리스로마신화라 해 봐야 의무감에서 한 번 읽어야 하는 것으로 간주된 토머스 불핀치 책 한 권이었지만,

저들은 글을 깨치기 이전부터 아예 엄마 품에 안겨서 그리스로마신화를 그림 책으로, 각종 영상으로 체득한 세대다.


제우스 신전


그러니 내 세대는 그리스로마 조각을 보고서도 어떤 신인지 설명문을 읽어봐야 하지만, 저들은 대뜸 무슨 신인지 알아챈다. 

애들이 합류한 이상 아테네 혹은 그리스에서 내가 나 좋다는 데로 다닐 수는 없다.

적어도 이 정도는 봐 두면 좋다 생각한 그런 곳, 대체로 관광지로 유명하게 알려진 데들을 중심으로 다닐 수밖에 없다.

내심으로는 걱정했지만, 천만에. 난생 처음인 이런 데서 할 이야기는 외려 이런 데를 여러 번 다닌 나보다 훨씬 더 많이 보유한 저들이다. 

그리스로마신화를 한글 깨치기 이전부터 친숙하게 접한 세대 아니겠는가?

아크로폴리스 올라 파르테논 신전 옆에 끼고 아래를 내려다 보며 저긴 제우스 신전이요,


아크로폴리스 아래서


그 반대편으로 돌아서는 저기가 헤파이토스 신전이라 했더니, 대뜸 애들 입에서 이구동성하는 말이

"음 그 대장장이를 말하는구만" 하는 그런 세대다.

영화 300 주인공 스파르타 왕이 레오니다스임을 나는 수십 번 들어 이제 겨우 귀에 익기 시작했지만, 저들한테 레오니다스는 세종 이도만큼이나 친숙한 이름이다. 

스파르타 얘기했더니, 미케네 이야기가 자동으로 튀어나오는데, 나로서는 도대체 알지도 못하거나 언제 한 번 들은 적은 있는 듯한 그런 내용이었다.

모든 세대는 자기 세대가 가장 불행하다 여긴다.

내 세대 역시 그래서, 나는 내 세대가 가장 불쌍하다 생각한다.


아크로폴리스 아래서


꼭 그런지는 알 수는 없지만, 암튼 저 아들과 아들 세대를 보건대,

저 그리스로마신화만 해도 우리는 들어서 아 그렇구나 혹은 오잉 그런 일이? 하지만

저들한테는 다 아는 말을 왜 새삼스레? 하며 퉁명해 한다. 

그래서 다행인 점은 저네들이 너무 잘 아는 그런 이야기 무대 혹은 그 이야기 주인공들과 관련 있는 현장이라 내가 입이 아프케,

혹은 내가 알지도 못하는 내용을 외워서 설명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다.

헤파이토스가 대장장이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아는 세대한테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내가 배워야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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