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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아침 된장찌게를 기다리며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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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도 아닌 이역만리에서,

더구나 우리랑 문화배경이 현격히 다른 유럽에서 기대한 모든 것을 갖추고 출발할 수는 없다.

에어비인비를 통해 입소한 이곳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아파트는 여러 모로 아쉬움은 주는 부문이 있어

특히 식기 도구에 아쉬움이 있어

일단 부엌칼이 없고, 주걱과 국자가 없어 여간 불편하지 않다.

한데 이상하게도 유럽에서는 좀체 볼 수 없는 도마가 있으니, 이건 우째된 일일까?

혹 한국인을 필두로 하는 동아시아인들이 뻔질나게 들락거린 여파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배수 시스템이 고장난 상태라, 첫날밤 곤욕을 치렀는데,

집주인한테 컴플레인을 넣어 기술자가 와서 고친다 했는데 
그만 내가 참지 못하고 자체 인스펙션에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배수구 구멍이 다 막힌 상태라, 그걸 결국은 내가 다 헤집어서 다 꺼내는데

아마 아파트 준공 이후 단 한 번도 청소를 하지 않은 듯했으니

맨손으로 다 끄집어 내서 결국을 구멍을 뚫었다.

괜한 말을 했는데, 기술자를 보낸다 한 집주인놈이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아테네 체류기간은 아침이랑, 그리고 저녁 두 끼는 애들을 해 먹여야 하는데,

이건 실은 내가 선택한 것이라

이건 내가 하고 싶어서 선택한 일이다.

꽉 막힌 호텔보다는 나한테는 이게 맞는 적성 같고,

또 이때 아니면 언제 애들이랑 친해지겠는가 싶어 굳이 내가 선택한 길이다. 

나는 16살에 집을 떠나 당시로서는 비교적 늦은 서른넷에 장가가기까지 물경 20년 가까운 시절을 자취생활로 소일했다.

까마득한 옛날이긴 하고, 또 내가 하는 요리가 밥하는 것 말고는 없으니, 무에 애들을 잘 먹이겠는가?

다만 이 나이에도 이런저런 것들을 뒤져 하나씩 그래도 배워나가는 중이다. 

나와 보니, 또 지난 시절 잠깐 외국살이를 해 보니, 국거리가 가장 아쉽고,

무엇보다 된장 고추장이 아쉽기 짝이 없어 이번에는 애들 편으로 두 양념을 보내라 해서 공수했으니,

이걸로 뭔가를 만들어 보겠다고
족보에도 없는 잡탕 야채를 쑤셔놓고는 아침을 기다리는 중이다. 

쌀은 조금 불리는 게 아무래도 밥맛엔 차이가 있어 이 역시 올려릏곤 요이땅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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