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께름칙한 감感은 어김없이 들어맞았으니, 그리스 아테네를 특징짓는 문화상품 중 하나인 리카베투스 일몰은 역시 첫날 해치웠어야 했다.
하지만 애들이나 나나 너무 녹초가 되는 바람에 어제로 미뤘던 것인데 이게 그만 화근이 되어 돌아왔다.
어제 아테네 일기예보에는 비소식이 거의 없었다고 기억하는데, 일몰하는 다섯시 정도에 맞추어 대략 네시 정도에 숙소를 나섰다가 느닷없는 폭우에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기상조건으로 보면 녹초된 첫날이 딱이었다.
여자 마음보다 더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 날씨라 하지만, 결국 그 돌변한 날씨에 단념할 수밖에 없었으니,
그러고 보니 파르네논 신전 올라 저기가 리카베투스 산이여, 저기서 감상하는 일몰과 그것을 배경으로 삼은 아크로폴리스가 볼 만하다는 내 큰소리가 조금은 머쓱해진다.
오늘은 23일, 내일이 크리스마스 이브요, 모레 크리스마스에 우리는 로마를 향해 출발한다.
이래저래 꼬이는 일이 왜 하나둘씩 생기지 않겠는가?
뭐 말이야 이러는 게 인생이요, 편안함을 추구한다면야 왜 집밖을 나서겠는가 하지만,
이런 말도 자칫 애들한테는 꼰대로 비칠 수 있어, 지나가는 소리로 한 번 하고 만다.
간밤은 빨래하는 날이라 해서 세탁기 돌려야 할 옷가지 내어 놓으라니, 한가득이라, 그걸 돌리고선 그만 나가떨어졌으니,
애들이 밤구경 가자했으나, 혹 지들도 뻗어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뻗어버리니 없던 일로 되어 버렸다.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는 아마도 시끄러울 테고, 뭔가 이쪽은 아크로폴리스 쪽이라 시끌벅적할 테이므로 그날을 D데이로 삼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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