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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 특별하지 않은 박물관 이야기

요즘 마음 속 저장하는 즐거움 : 박물관 교육은 이런 것이 재미있다!

by 느린 산책자 2023.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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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버릇처럼 늘 말하곤 했다. 

쉬운 일 따윈 없다고. 

엄살 같은 말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 정말 그렇다. 멀리서 볼 때는 쉬운 일이었는데, 막상 내가 하려면 어려운 것들이 너무 많았다. 관람객들이 그냥 보고 지나치는 짧은 네임텍 조차 쉽지 않다고, 네임텍 원고를 쓸 때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고 진심으로 남들에게 말했다.

이런 내 말에 ‘네임텍 따위 그다지 길지도 않은데’라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최근에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어려움이 생겼다.

요즘의 나에게 어려운 일
최근에 과를 옮겼다. 교육 업무는 그래도 간간이 해본 적은 있으나, 본격적인 업무가 된 것은 처음이다. 초등학생 교육은 직접 진행도 해본 적이 있으니 적응할 만 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것만큼은 땀을 삐질삐질 흘려야했다. 

유아 교육!

요즘 내가 제일 어려워하는 일 중 하나다. 유아 교육을 담당하고 나서 처음 수업에 들어갔을 때, 이때부터 나는 유치원 선생님들과 초등학교 선생님들을 존경하게 되었다.

아이들의 집중력은 초등학생과 너무나도 달랐다. 중간 중간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마다, 강사 선생님들은 노래도 부르고 구령도 하면서 아이들을 척척 다루셨다(?!). 나로써는 할 수 없는 일! 가히 놀라울 뿐이었다.

중간 중간 화장실이 급하면, 화장실도 데려가 줘야 한다. (그런데 초등학교 수업에 들어가면, 1학년만 되어도 매우 의젓하게 의자에도 잘 앉아있는다. 대체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어떤 마법을 부리시는건가요?!!!)

만들기 수업을 할 때는 더 땀이 난다. 한 곳에서 ‘선생님’을 부르기 시작하면, 릴레이로 여기저기에서 ‘선생님~ 저 이거 안돼요.’라고 합창한다. 그래도 이런 것은 한 달 정도 했더니, 약간은 적응이 되었다.

이제 이쯤은 ‘잠시만. 친구 먼저 해주고 선생님이 도와줘도 될까.’라며 말할 정도랄까. 그래도 수업 1시간이 지나면, 겨우 한 숨을 돌린다. 아 오늘도 이렇게 무사히 끝냈구나 하고. 

요즘의 즐거움
그런데 수많은 교육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 또한 유아 교육이다. 박물관 교육 업무의 묘미는 바로 ‘피드백’에 있다. 관람객의 반응을 보려면, SNS를 찾아봐야 하는 전시 업무와는 다르게 교육은 그 반응을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를 토대로 ‘이 부분을 더 좋아하는 구나. 이 부분을 더 살려야겠다.’ 혹은 ‘이 부분이 의도대로 반영되지 않는구나. 수정해야겠다.’라며 즉각 대처도 가능하다. (그래서 교육프로그램은 하면 할수록 업그레이드 된다! 이 부분이 교육의 묘미!)

그런데 교육프로그램 중 교육생들의 반응이 다이나믹(!)하고 귀여운 것은 역시 유아 프로그램이다. 뭔가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느낌이랄까.

몇 번 씩 교육을 참가하여 얼굴을 익히게 된 아이는, 이 아이가 이런 것을 잘하는구나 하며 기억도 해 둔다. 그렇다고 그걸 아는 체 하진 않지만, 그냥 내 마음 속 즐거움이랄까. 

최근 마음에 저장해둔 나만의 즐거움은 이것이다. 지난 달, 나만의 나무 만들기 수업을 했을 때다. 어떤 씨앗을 심어 열매를 맺게 하고 싶냐 했더니, "저요 저요"라며 다들 말을 하고 싶어 난리다.

열매라 하니 과일이나 채소를 생각할 법한데, 역시 아이들의 상상력은 대단하다. 친구를 심어 친구 열매를 맺게 하고 싶다는 아이. 자동차 열매를 심어 자동차를 잔뜩 갖고 싶다는 아이 등등. 

다들 원하는 나무를 만들어 보자 했더니, 쓱쓱 잘들 그린다. 보다보니 너무 귀여운 그림이 있어서 이것은 무슨 나무냐 했더니 비밀이라 한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비밀을 알게 됐다. 미안해! 

#Y의 비밀나무. 너무 귀엽자나!!

K는 로봇 나무를 그리는 거냐 물었더니 장난감 나무를 그리는 거라고 소곤소곤 말해줬다. 장난감 열매를 맺게 해서, 원하는 장난감을 잔뜩 갖고 싶었나보다. 

"그림이 너무 맘에 드는데, 선생님이 사진을 찍어도 될까."라고 했더니 "옆에 있는 자동차는 마음에 안드니 그걸 빼고 찍어주세요"라고 하여 로보트만 나오게 찍었다.

알겠다고 하며 로봇만 찍었는데
(실은 나중에 로봇이 나오는 부분도 몰래 찍었지만. 미안해. 선생님만 간직할께!), 그러면서 귀여워서 마음 속으로 웃었다.

이런 것들이 요즘 나의 즐거움. 마음 한 켠에 저장해두는 것들이다. 

#K의 장난감 나무 열매. 한번에 쓱쓱 그리는 모습에 정말 감탄했다!


요즘의 나는 유아 수업이 있는 날에는 또 진이 빠지겠구나 싶다가도, 만들기 수업 때 집중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또 웃음이 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이상한 감정인데, 여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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