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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평택 캠프 험프리스 주한미군 제3정보 대대 카투사로 근무할 적인 1988년 처음 연을 맺은 용산역 인근 뿌리서점은 지금 자리가 아니라 그에서 직선거리로 대략 200미터 떨어진 곳이었고 그땐 또 지하도 아니라 지상 일층이었다.
이런 식으로 내부가 끼끗해졌으니 창업주가 보면 아쉬워하겠으나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지 않겠는가?
그 많던 책을 어찌 했느냐 물으니 새 사장님 허허 웃으며 다 싸다 버렸다 한다. 임시 치곤 오래가는 듯해 영업 사정 어떠냐 물었더니 돈 안된다 너털웃음이라, 그 선한 웃음은 천상 아버지 판박이다. 그럼에도 부디 이 서점 오래오래 살아남았으면 한다.
새 사장 말이 이 일대 재건축을 기다린다 하는데, 글쎄 그렇다면 용산 재개발이 흐지부지 되어야 이 헌책방이 살아남지 않겠는가?
이곳 뿌리서점을 대표하는 풍광이 인자한 창업주 할배의 커피 인심이거니와, 나는 그 맥심 봉다리 커피를 끊긴 했으나 오늘은 그 추억 못 잊어 한잔 때렸으니, 이 커피 서빙만큼은 경영자 바뀌어도 여전하다.
이곳을 김란기 박사와 더불어 오늘 찾았으니, 영문학 관련 책 두어종과 왕선겸 집해 맹자 대만본을 구득했으니, 요새 하도 얻어먹기만 했다며 한사코 책값을 형이 계산한다. 뭐 그래봐야 팔천원인가 하더라만 백수라 쬐끔 미안하기는 하다.
그에 대한 답례로 나는 갈치조림 점심과 담배 한 갑을 충당했으니, 형의 마음씀씀이가 새삼 고맙다. 내가 앵벌이 많이 해서 용돈도 듬뿍 드리겠다 했다.
이 뿌리서점은 내 젊은날 굵은 추억뭉치가 응어리 되어 서린 곳이다. 이런저런 잡념에 젖을 때면 하염없는 멍때리기를 제공한 보금자리였고, 지금 이나마 잘난 척 하는 뿌리 상당 부분도 이에서 얻어걸린 알량한 지식에 말미암는다. 개중엔 저 펭귄북스 페이퍼백 세계문학 시리즈도 빠지지 않는다. 그건 그렇고 릴케 전집은 언제 나왔던고?
너는 내 아픔이었고 기쁨이었다고 서점아 말하고 싶다.
듣자니 창업주 건강이 여전히 좋지 못해 거둥이 힘들다 하니 그의 쾌유를 빌어본다.
그러다가 나중에 지금 지하 자리로 옮긴 것인데 얼마전..예전 내 페이스북 포스팅을 찾아보니깐 2016년 6월에 창업주가 쓰러져 임시방편으로 그 아드님이 물려받아 운영 중인데, 경영자 바뀌면서 서점도 일신을 변모해 책 창고 같은 내부 풍경도 사뭇 달라져 종래 발디딜 틈이 없던 공간도 대폭 책이 비면서 서가 사이로는 사람이 지나게 되었고 서가 역시 대폭으로 빈칸이 늘어났으니, 이는 이전엔 보지 못한 풍경이다.
그 많던 책을 어찌 했느냐 물으니 새 사장님 허허 웃으며 다 싸다 버렸다 한다. 임시 치곤 오래가는 듯해 영업 사정 어떠냐 물었더니 돈 안된다 너털웃음이라, 그 선한 웃음은 천상 아버지 판박이다. 그럼에도 부디 이 서점 오래오래 살아남았으면 한다.
새 사장 말이 이 일대 재건축을 기다린다 하는데, 글쎄 그렇다면 용산 재개발이 흐지부지 되어야 이 헌책방이 살아남지 않겠는가?
이곳 뿌리서점을 대표하는 풍광이 인자한 창업주 할배의 커피 인심이거니와, 나는 그 맥심 봉다리 커피를 끊긴 했으나 오늘은 그 추억 못 잊어 한잔 때렸으니, 이 커피 서빙만큼은 경영자 바뀌어도 여전하다.
그에 대한 답례로 나는 갈치조림 점심과 담배 한 갑을 충당했으니, 형의 마음씀씀이가 새삼 고맙다. 내가 앵벌이 많이 해서 용돈도 듬뿍 드리겠다 했다.
너는 내 아픔이었고 기쁨이었다고 서점아 말하고 싶다.
듣자니 창업주 건강이 여전히 좋지 못해 거둥이 힘들다 하니 그의 쾌유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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