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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원님 덕에 나발 분 백암산 단풍구경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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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놓치는가 했더랬다. 지난 여름이 기록적인 폭염을 선물한 만큼 겨울 역시 그만큼 걸음걸이가 빠른 듯한 까닭이었다. 다행히 막차를 탔으니 끝물은 겨우 부여잡은 셈이다.



남도 장성 땅, 백암산이 품은 백양사 쌍계루에선 주말 지인의 결혼식이 있었다. 단풍 축제가 끝물이라 그런지 백양사로 들어가는 외길 일차선은 차량으로 범벅이나, 거북이 걸음이 좋은 까닭은 그래도 몇가닥 남지 않은 단풍 끝물을 느긋이 감상케 하기 때문이다.


경내로 들어서니 곶감을 깎고 말린다. 처마밑 곶감이 주변 단풍과 하모니를 맞춘다.


좌판 벌여놓곤 모시 송편을 파는데, 빚어 찌기 시작한 송편이 김이 모락모락한다. 녹색이 빛을 발하는데 참기름을 발라서인지 아님 빛이 그랬는지 알 수는 없다. 듣자니 송편 만드는데 쓰는 모시는 영암이 산지라 한다. 


결혼하는 지인은 직전 부석사에 관한 역저를 냈다. 하객들한테 그 책을 싸인을 해서 증정한다. 그 모습 보며 빙그레 말한다.

"장개 가는 거요? 출판기념식 하는 거요?"

좀 아쉬운 듯해 한마디 더 보탰다.

"초판은 결혼식장에서 다 소진하는구만?" 


신부도 아는 분이라 반갑게 인사한다. 실은 장성에 도착한 간밤에 예비신랑한테 전화를 했더랬다.

"오늘 장개가는 거 맞소? 그새 찢어진 건 아니유? 장개 가는 시간은 몇시요?" 

난 몰랐다. 전화한 시간이 새벽 한시반이란 걸. 뭐 그럴수도 있지 신부가 그 늦은 밤에 전화해서 깨우냐며 파안대소한다. 알콩달콩 재밌게 해로 하소서라는 말로 받아치며 "아니 요새는 말세라더니, 결혼식도 하기 전에 같이 잠을 잔단 말이요?"라고 묻고 말았다. 


부조금도 냈겠다 인사도 했겠다 떡본 김에 제사 지내기 시작한다. 겨울로 가는 길목, 그 마지막을 불태우는 가을을 부여잡아 본다. 바짓가랭이 붙잡는 심정이다. 보통은 저쪽 맞은편 징검다리에서 쌍계루룰 찍으나, 오늘은 날이 날이만치 이곳에서 저들을 감상한다. 


가자, 이젠 약사암으로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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