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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의대 본과를 진입한 것이 87년이라
의학교육을 받은지 이제 40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세계, 그리고 우리나라 의학용어도 많은 변천이 있었는데
가장 두드러진것은 의학계에서 라틴어, 독일어 계통의 퇴조와
영어용어의 약진이라 할 수 있다.
필자가 학생 때만 해도 라틴어 용어가 상당히 남아 있었고
독일 출신 학자들의 경우 독일어 식으로 읽어주었는데,
그 후 미국 의학의 수준이 워낙 높고 세계 의과학의 종주국 역할을 하다 보니
라틴어 용어가 상당 수 영어로 바뀌었고,
독일 출신 학자의 경우 아예 미국식으로 이름을 읽어버리는 상황까지 도래했다.
한글 용어의 경우에도 80년대 당시까지도 일본식 의학용어,
아마도 식민지 시대부터 내려온 한자용어가 많이 남아 있었는데
그 후 선학들의 노력으로 용어의 상당 부분이 한글 용어나 한국식 한자 용어로 바뀌었다.
이 작업을 위해 대한의학회와 해부학회 등에서 지난 40년간 의학용어사전을 계속 증보판을 내면서 용어를 전환시켰다.
이 작업은 필자보다 윗 세대의 선배분들이 진행한 일이었는데
대단한 업적이었다고 필자는 평가한다.
학술용어는 중립적인 것 같아도,
그것을 쓰는 순간에 학계의 종주국과 종속국이 결정된다.
미국이 세계 의학의 종주국의 위세로 전세계 의학용어를 영어로 통일해 버린 것처럼
한글과 한국식 용어의 등장과 일본식 의학용어의 퇴조 역시 해방이후 한국사 흐름의 한 단면을 반영하고 있다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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