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대 소설에 자주 나오는 번으로 海坂藩 우나사카번 이 있다.
기자 출신으로 대히트를 친 대중소설을 많이 펴낸 藤沢 周平 후쿠자와 슈헤이 소설에 자주 나오는 번이다.
대중소설을 많이 썼다고 하지만 요시가와 에이지상, 기쿠치 칸 상 등 문학상도 받아 평단에서도 상당히 인정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https://ja.wikipedia.org/wiki/%E8%97%A4%E6%B2%A2%E5%91%A8%E5%B9%B3
이 사람이 쓴 소설은 영화로도 꽤 제작됐다. 한국에서도 개봉되어 좋은 평을 받은 기무라 다쿠야 주연 "무사의 체면 武士の一分 " 이나,
"황혼의 사무라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たそがれ清兵衛 는 모두 그의 작품이다.
대중을 대상으로 한 소설과 영화지만 일본인이 생각하는 무사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점을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 많아 일본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상당히 좋은 평을 받는 작품들이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는 일본대중문화계 영화 중에는 가장 볼만한 영화들이라고 생각한다.
이 두 영화(소설) 모두 우나사카 번海坂藩을 배경으로 삼는데, 주인공들은 모두 이 번의 번사 (번의 사무라이)이다.
재미있는 점은 우나사카 번이 실존하지 않은 가상의 번이라는 사실이다. 우나사카번에는 번주도 있고, 번사도 있고, 마치 현실에 존재한 번처럼 여러 편 소설을 통해 반복적으로 재생해 놓았지만 사실 이 번은 현실에는 없다.
그렇다면 마치 해리포터 같은 판타지물일까? 그렇지는 않다. 우나사카번이 실존하지 않기는 하지만, 당시 에도시대 막번체제로 봤을 때 "있을 법한" 번이다.
번을 작동시키는 메커니즘과 개별 사건이 꼭 현실에 존재한 번이 아니라고 했도 "있을 법한" 번과 사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건 일체는 허구이지만 마치 에도시대 막번체제하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를 듣는 듯한 착각을 준다.
어떤 면에서 보면 영주의 원수를 끝까지 갚아 유명해진 "아코호 사무라이 사건 赤穂事件" 같은 경우 현실에 실제로 있었던 사건으로 에도시대 이래 극으로 만들어져 꽤 널리 알려졌지만, 오히려 이 사건보다 훨씬 있을 법한 리얼리티가 海坂藩을 배경으로 쓴 이 소설들이었다 할 수 있다.
필자가 이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최근 보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우리나라 K 드라마 "사극"을 보면,
이게 도대체 언제 사건인지, 이게 조선에서 벌어진 일은 맞는지 실제 역사의 발생과는 전혀 무관한 스토리가 대부분으로 일부에서는 "이건 사극이 아니라 판타지"라고 이야기 하는 경우도 본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적어도 대중문화 영역에서는 이게 실제 사건인지 아닌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중요한 대목은 "조선시대에 있을 법한" 일이냐, "조선시대 원리로 이야기가 작동하고 있느냐"인데, 사건 자체는 허구라도 드라마에서 조선시대 사람 이야기로 우리가 인정할 만한 이야기 구조가 전개되고 있다면-.
그것은 조선시대 사극이라 할 수 있다.
후쿠자와 슈헤이의 海坂藩 이 다른 어떤 실제 사건보다도 에도시대 막번 체제를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의소개] 과학은 어떻게 인간의 역사를 추적하는가 (0) | 2022.11.29 |
---|---|
하늘이 이순신을 단련한 녹둔도 전투 (0) | 2022.11.29 |
궁중에서 쓰이는 말 (0) | 2022.11.28 |
보편성에 대하여 : 헤이케 모노가타리 단노우라 싸움의 장면 (0) | 2022.11.27 |
삼국지三國志 동이전東夷傳 : 작면포作綿布 (0) | 2022.11.27 |
댓글